[시론] '프랜차이즈 中企업종'은 모두 지는 게임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과 더불어 ‘갑을관계’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증폭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개정된 가맹사업법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일부 가맹본부의 횡포에서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하고자 기획된 것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서비스업종으로 확대하면서 음식업종이 대다수인 프랜차이즈도 그 적용 대상에 포함돼 앞으로 프랜차이즈 창업 시장이 위축될 것은 자명하다. 프랜차이즈 창업시장이 위축되면 경영실적이 저조해 재무구조가 불안한 많은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며, 가맹본부의 폐업은 가맹점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우려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988년 국내에서 처음 프랜차이즈 빵집을 시작한 크라운베이커리가 25년 만에 폐업했다. 가맹본부의 가맹사업 폐업은 가맹점사업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가맹점사업자 대부분은 생계형 소상공인이어서 가맹본부의 부실은 소상공인의 안정화라는 국가의 정책목표와 사회적 합의를 거스르게 된다.

소상공인의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창업시장의 사업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시장에 남아 있는 사업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사업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장에 있는 업체들에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에 있는 업체가 자산을 처분하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남아 있는 사업체들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한다.

프랜차이즈 M&A가 활성화된다면 따라하기 식의 ‘미투’ 브랜드들이 많이 흡수될 것이다. 국내 창업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좀 뜬다 싶으면 무분별한 베끼기로 해당 업종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침체기에 이런 미투 브랜드를 해당 업종의 1, 2등 브랜드가 흡수합병한다면 피인수 브랜드에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 되고, 소속 가맹점들은 지속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한편 폐업이 결정된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 중 상당수가 신생 중소 베이커리브랜드로 전환한다는 소식이다. 이는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 난립이라는 측면에서다. 믿었던 가맹본부로부터 폐업을 당한 가맹점주의 입장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경영이 예상되는 대형 브랜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생 중소브랜드 가맹본부가 폐업하는 중소브랜드 가맹점을 인수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제과제빵 업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소상공인 가맹점사업자의 자유로운 가맹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다.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들은 당장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시름에 잠겨 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 때부터 프랜차이즈만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시행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우려하던 프랜차이즈 가맹 소상공인에 대한 역차별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중시한다. 즉, 소비자 후생을 선도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선호되기 마련이고 이런 소비자 선호는 점포의 생존력과 직결된다. 골목상권의 자영업자 폐업률을 낮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으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소비자 후생에 대한 도외시와 프랜차이즈 가맹 소상공인들에 대한 역차별 외에 다른 게 있는가. 프랜차이즈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실익이 모든 소상공인에게 미친다는 확증이 있는가.

지금과 같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은 장차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 브랜드 가맹 소상공인에 대한 방관이라고 할 수 있다. 차제에 프랜차이즈 적합업종 지정을 철회하고, 고용창출 효율과 자영업 생존율을 높여 주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소상공인 안정화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적극 육성해야 할 것이다.

박주영 < 숭실대 교수·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