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뭉칫돈 몰리는 사모부동산펀드

마켓인사이트 9월12일 오전 10시30분

사모부동산펀드들이 2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앞세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작년 이후 시장에 나온 국내 주요 업무용 빌딩과 유통매장의 3분의 2 이상을 사모부동산펀드들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빌딩, 유통매장 펀드가 독식

[마켓인사이트] 뭉칫돈 몰리는 사모부동산펀드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사모부동산펀드 설정 잔액은 21조727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달에는 2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6월 20조원을 돌파한 지 4개월 만이다. 올해 신규 펀드 조성액도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3조812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매월 4000억~500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부동산펀드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부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012년 1월~2013년 6월의 1년6개월간 100억원 이상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매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사모부동산펀드가 사들인 자산은 7조8965억원어치로 전체(11조7080억원)의 67,4%였다. 이 기간 나온 매물의 3분의 2는 사모부동산펀드가 매입한 셈이다. 과거 상업용 부동산 인수를 주도했던 대기업과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사모부동산펀드의 위세에 밀리는 모습이다.

서울 청진동 스테이트타워(사진),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구로 지벨리비즈플라자 등 최근 나온 2000억원 이상 고가 오피스 매물을 모두 사모부동산펀드들이 사들였다. 잇따르고 있는 유통업체 매장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부동산 거래(6060억원)로 꼽히는 홈플러스 영등포점, 센텀시티점 등 4곳 매장 유동화 물량은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가 맡았다. 동양증권 사옥, GS건설 사옥, 대우건설 사옥 등 대기업이 급전을 위해 내놓는 사옥도 사모부동산펀드들이 앞다퉈 인수했다.

○낮아지는 수익률은 고민

하지만 펀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면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인수가격이 그만큼 올라간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대상이 서울 중심가 오피스 건물과 일부 유통매장 유동화 물량으로 한정돼 있다”며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투자 수익률이 5%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펀드 해산 시점에 매물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사모부동산펀드의 만기는 5~7년가량 된다.

이 때문에 펀드들은 해외 물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런던 로프메이커플레이스 빌딩 인수(7980억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브라질 상파울루 호세베라 타워 인수(56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30% 이상을 해외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해외사모 부동산펀드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2000억~3000억원 안팎의 펀드가 신규로 조성됐지만 올해는 벌써 7530억원 규모의 펀드가 만들어졌다.

해외 오피스 투자 기대 수익률은 6~7% 정도로 국내 투자보다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뉴욕, 런던 등 핵심 투자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선 점이 부담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대출이나 메자닌 형태의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연기금 해외 투자 담당자는 “당분간 해외 건물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간접펀드 등을 통해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거나 호주, 중국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