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3주년에 드러난 전직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과 국정원의 남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싼 국회의 싸구려 논쟁은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통일과 민족 문제를 사이비 왕조 정권과 구별도 못한 채 북한 당국자 앞에만 서면 너 나 할 것 없이 이상한 존재가 돼버리는 정치권 인사들의 이해 못할 ‘북한 콤플렉스’도 극명하게 확인됐다.

2007년 10월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평양 회담에서 한 발언록은 다시 옮기기도 민망할 정도의 부끄러운 기록물이었다. 무수한 젊은이들의 피로 지켜온 NLL에 대해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 남쪽에서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김정일과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전직 대통령이었다. 이쯤 되면 NLL ‘포기’란 말이 들어있느냐 않느냐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해졌다.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는 듯한 언사에다 한·미 동맹을 폄훼하고 심지어 반미를 주장하는 발언까지 거침없이 내뱉었다.

논리의 수준은 이제 막 엉덩이에 뿔난 운동권 캠프를 다녀온 신입생이었고 태도는 아첨꾼의 그것과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 모두가 김정일과 그의 최측근 참모라는 자들 앞에서 내뱉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화였다. 회담을 구걸하고, 김정일의 승인을 간청하며, 방한을 읍소하는 기이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한마디 말씀을 구걸하거나, 대화시간을 내어줄 것을 거듭거듭 부탁하는 장면은 국민들의 일말의 자존심마저 짓뭉개는 것이었다. NLL은 포기가 아니라 아예 가져다 바치는 진상품이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진정 왜 이런 웃지 못할 소극이 빚어진 것인가. 회의록 공개 이후 민주당이 보인 행태야말로 그런 북한 콤플렉스의 연장이었다. 민주당은 “쿠데타” “국기문란” 하며 장외투쟁으로 돌진할 기세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자승자박의 참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공당으로의 신뢰조차 쌓기 힘들어질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저질러놓은 허다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쓰레기더미처럼 쏟아졌다. 실로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