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태풍 때도 위성으로 한반도 전천후 관측"
“연말부터 태풍, 화산 폭발 때도 위성으로 한반도를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는 8월 우주로 향하는 아리랑 5호는 국내 위성으로는 처음으로 영상 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를 탑재했다. 레이더를 이용해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구름이 끼거나 어두운 밤에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위성 개발을 주도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실용위성 5호 사업단장 겸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52)은 “날씨와 시간에 관계없이 한반도를 전천후 관측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이더 이용해 밤에도 관측

아리랑 5호는 8월22일 러시아 오렌부르크 지역에 있는 야스니발사장에서 드네프르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발사를 대행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발사 비용에 대한 이견이 생겨 2011년 8월 예정이던 발사 시기가 2년 넘게 지체된 것.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연구진은 위성 개발을 다 마치고도 2년 넘게 고생해야 했다. 이 단장은 “반도체 제작 환경 수준의 청정실에 위성을 보관하지만 부품 노화, 부식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어 6개월에 한 번씩 위성 기능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했다”며 “지난 5월 진행한 발사 전 최종 테스트에서도 위성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2381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아리랑 5호의 무게는 1400㎏에 달한다. 지난해 5월 우주에 안착한 아리랑 3호(980㎏)와 비교해도 400㎏ 이상 무게가 더 나간다. 광학카메라를 사용하는 기존 위성과 달리 대형 영상 레이더를 탑재했기 때문에 덩치부터 압도적이다.

영상 레이더는 마이크로파를 지표면으로 쏜 뒤 반사되는 신호의 시간차 등을 측정해 영상을 만든다. 이를 위해 레이더를 송수신하는 트랜스미터 리시버(TR) 모듈만 512개가 들어갔다. 이 단장은 “저궤도 위성은 1을 넘어가면 대형으로 분류하는데 아리랑 5호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편”이라며 “위성의 방향을 틀지 않고도 전자신호로 촬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리랑 5호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아리랑 5호가 우주 궤도에 안착하면 우리나라는 24시간 다양한 영상으로 한반도를 살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오전 아리랑 2호, 오후 아리랑 3호, 해뜨기 전, 해진 후 한반도를 지나가는 아리랑 5호 등을 연계해 전천후 관측이 가능해진다. 아리랑 5호는 고해상도(해상도 1m), 표준(3m), 광역(20m) 등 세 가지 촬영 모드도 지원한다. 이 단장은 “광역 모드를 이용하면 100㎞가 넘는 지역을 한번에 찍을 수 있다”며 “바다 기름 유출 사고 시 보다 폭넓은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 위성 개발 산증인

이 단장은 20년 넘게 국내 위성 개발을 주도해온 산증인이다. 1993년 아리랑 1호 개발 단계부터 실무자로 참여했다. 아리랑 3호부터는 사업단장을 맡아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1993년 프랑스 폴사바티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도 로켓을 전공했다. 하지만 위성 개발이 더 시급한 국내 여건에 맞춰 전공을 바꾼 것. 변변한 시험시설조차 없이 시작했지만 미국, 프랑스 등과 협력하며 기술을 익혀 아리랑 3호부터는 위성 본체는 물론 광학 영상 탑재체까지 국산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 단장은 아리랑 5호 프로젝트를 마친 뒤 정지궤도 복합 위성인 ‘천리안’ 후속 개발에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2017년 말 기상 기능을 특화한 정지궤도 위성을, 2018년에는 해양·환경 위성을 우주로 쏠 예정이다.

이 단장은 “한국의 위성기술 수준은 세계 7~8위권으로 저궤도 실용 위성은 이제 수출까지 나설 만큼 발전했다”며 “아리랑 위성 프로젝트처럼 기상, 해양, 환경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정지궤도 천리안 위성을 국산화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