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명 회장, 銅·폐기물서 金 뽑는 21세기 연금술사…7년 만에 매출 7조 ↑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가 이제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해외 네트워크를 개척해 값싼 원료를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이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의 비결입니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61·사진)은 ‘올해의 카퍼맨’(The Copper Man of the Year)상을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카퍼맨 상은 세계 동(銅) 산업계에서 최고 권위의 상이다. 동 생산·가공·거래 업체 단체인 카퍼클럽이 1962년부터 매년 산업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고 있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3남이다.

구 회장은 2005년 LS니꼬동제련에 최고경영자(CEO)인 부회장으로 합류, 회사 매출을 2조원에서 지난해 9조원으로 키웠다. 또 기존 동 제련업에서 사업 영역을 넓혀 해외자원개발과 폐기물에서 금 은 등 귀금속과 희소금속을 뽑아내는 도시광산업에 진출했다. 각 실무자들에게 권한을 배분하고 최대한 지원하는 ‘인화(人和)경영’은 그의 키워드였다.

그는 “외환위기로 일본(닛코금속 등 일본 합작사 JKJS)에 지분 49.9%를 넘긴 뒤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볼 정도로 사세가 쪼그라들어 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며 “국제구리협회(ICA)에 내는 40만달러의 연 회비가 아까워 가입을 망설일 정도였다”고 LS니꼬동제련에 처음 합류했을 때를 회상했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카퍼맨’으로 선정됐다.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구 회장을 대신해 상을 받은 장남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상무(가운데)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제공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카퍼맨’으로 선정됐다.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구 회장을 대신해 상을 받은 장남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상무(가운데)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제공
그러나 구 회장은 2006년 뉴욕 ICA 사무소로 달려가 가입 원서를 냈다. ‘국제적 사업을 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활동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06년부터 ICA에 참여했고, 구 회장도 이사로 활동했다.

그는 “세계화를 주요 목표로 내건 이후부터 해외 네트워크를 개척하는 게 주된 임무였다”며 “내 이니셜인 ‘CMK’를 ‘카퍼맨 오브 코리아’로 소개하고 해외 광산 관계자들과 파트너사를 만났다”고 했다. 구 회장은 2005년 부회장 취임 후 연중 100일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을 돌며 정·관계 주요 인사와 광산주들을 만나는 강행군을 벌였다.

2006년 동 산업 관계자를 불러모아 치른 LS그룹 70주년 행사는 회사의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 2007년 국제동가공협회(IWCC)에서 구회장이 제시한 광산업체와 제련기업의 동반성장 방안은 지금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구 회장이 쌓은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원료를 가공해 파는 산업인 동제련 업종에서 좀 더 싼 원석을 들여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 회사는 이제 LS산전 및 전선과 함께 LS그룹을 이끄는 한 축이 됐다.

그는 2009년 말 회장에 취임한 이후 큰 경영 계획만 총괄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실무 경영을 맡기고 있다. 구 회장은 “한국인은 일과 관련해 최고 수준의 DNA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인재를 육성할 때는 60%의 좋은 점을 어떻게 키워주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바람으로 일하는 것과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은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해외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독려하고 연구개발(R&D) 인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한사코 “내 개인에게 주는 상이었다면 굳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겸손해 하면서도 “어떻게 회사를 세계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 계속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회사 생활에 전념하면서 건강을 잃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지난 5일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도 외아들인 구본혁 상무를 대신 보냈다. 2007년과 2011년 두 차례의 담도암 수술을 받으면서 이제는 직원들과 ‘소주 한잔’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