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동아시아 삼국 중 가장 불리한 한국…강소기업이 해답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가 1000년 이상 계속된 것은 운이 좋거나 그들의 자질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기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해 끊임없이 내부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영토를 맞대고 있는 한·중·일 세 나라의 산업도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3국의 기존 산업구조는 상호보완적인 분업체제로 이뤄져 있었다. 일본은 ‘하이엔드 테크(High-end Tech)’, 한국은 ‘미드엔드 테크(Mid-end Tech)’, 중국은 ‘로엔드 테크(Low-end Tech)’ 분야에 각각 특화되면서 경쟁보다는 협조적 분업구조를 유지했다.

《한·중·일 경제 삼국지》는 그러나 앞으로는 협조보다 경쟁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경제의 제조기지 역할을 하는 세 나라가 일관공정과 조립가공산업의 조립완성품 분야에서 생존을 건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불리하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압축성장 과정을 거쳐 제조업 강국이 됐지만 아직까지 선진국 단계에는 들어서지 못했다.

특히 노동, 자본 등을 동원한 요소투입형 성장에서 인적 역량과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총요소 생산성 성장으로 전환하지 못했고, 그 결과 중국에 바짝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물론 중국과 일본도 불안 요소를 갖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땅덩어리와 세계 최대 인구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수십년 동안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포천 500대 기업에 든 중국 기업은 2005년 16개에서 지난해에는 73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양을 질로 변화시키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 자원, 노동, 자본의 투입 대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이 농촌의 저임금 인력으로 급속한 산업발전을 이루고 나면 노동력이 고갈되는 시점에 임금이 급등하고 성장이 둔화되는 ‘루이스 전환점’에 접어들었다.

최근 ‘엔저 카드’를 꺼낸 일본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 불황과 사회 고령화, 대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은 ‘세계 최고의 제조업 기지’란 이름을 빛바래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품, 소재, 장비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강소’ ‘강중’ 기업들이 전 산업 분야를 고르게 떠받치고 있다는 점은 다른 나라들이 넘볼 수 없는 강점이다.

이 같은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여전히 제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지금까지와 달리 대기업 위주의 산업을 중소·중견기업으로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한국 산업의 문제로 손꼽히는 양극화와 고용 창출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개발(R&D)과 인력 정책을 연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드는 것도 대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