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2030 젊은층도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30 세대들이 구직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성공한 2030 프랜차이즈 대표들로부터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공사판 잡부서 점포 60개 프랜차이즈 대표로
하루 16시간씩 일해 번 돈 사기 당해…소송도 12번
[2030 프랜차이즈 CEO] 공사판 일용잡부 청년, 국수로 '승부' … 김석훈 셰프의 국수전 대표
김석훈 셰프의 국수전 대표(34)의 손은 검고 거칠었다. 그는 점포 60여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대표가 되기 전 하루 16시간을 막노동판에서 일했다.

군대를 막 제대한 22세였던 김 대표는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판에 뛰어들었다. 일당 6만 원을 모아 탑차를 구입했다. 첫 번째 자산인 탑차로 배송일을 하며 7년간 3억 원을 마련했다. 곧바로 건축물 외곽조명 사업을 시작했지만 3개월 만에 사기를 당해 폐업했다.

"7년 동안 로션도 한 번 바르지 않고 일하면서 모은 돈을 전부 사기 당했어요. 미팅, 소개팅 등 20대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포기하고 다시 마음을 잡았죠. 물류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등에서 물건을 떼어 중국집에 납품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 대표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중국집 사장이 프랜차이즈 인수를 권유한 것. 하루 아침에 중국집 프랜차이즈 대표가 된 그는 전보다 더 큰 시련을 경험하게 된다. 점포를 60여개까지 늘렸지만 12번의 소송과 대규모 세무조사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대표직을 내놓고 빚을 지게 됐다.

"30대 초반에 아무런 노하우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다 보니 소송을 겪게 됐어요. 당시는 충격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그 소송들은 제가 셰프의국수전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주저 앉아있던 김 대표를 일으켜세운 것은 같이 일한 직원들이었다. 10개월간 임금도 못 받고 일하던 직원 6명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김 대표는 이들과 함께 다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먼저 지인의 소개로 스타 셰프 최인선 씨를 섭외했다. 최 셰프와 국수, 덮밥 등 메뉴를 개발한 후 2011년 1월 신촌 이화여대 앞에 '셰프의 국수전' 1호점을 열었다. 스타 셰프가 만든 메뉴와 블로그 마케팅을 통해 2030 여성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매장 안이 고객들로 북적이자 자연스럽게 가맹 문의가 이어졌다. 개점 4개월 만에 가맹점 40개를 계약했다. 지난해는 6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연 매출 80억 원을 올렸다.

해외 진출에도 나섰다. 필리핀에 2호점을 냈고 홍콩, 싱가포르에서 개점을 준비 중이다. 올해는 제2 브랜드인 '셰프의 육개장'에 이어 커피전문점 브랜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2030 프랜차이즈 CEO] 공사판 일용잡부 청년, 국수로 '승부' … 김석훈 셰프의 국수전 대표
"이전까지 보지 못 했던 새로운 콘셉트로 오는 6~7월 커피전문점을 열 예정입니다. 지난해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면서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면 올해는 더욱 박차를 가해 매출 100억 원, 100호 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공사판 잡부에서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꿈과 이상을 구분하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꿈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 하는 예비 창업인이 많다"며 "현실을 보고 이상을 꿈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외식시장은 너무 치열하다" 며 " 해외 쪽에 눈을 돌려 넓은 세계를 보면서 일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