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 아릭 레비 특별강연 "이스라엘 창조경제 최대 자원은 자유정신"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진화’다. 기존의 것을 먼저 제대로 이해할 때 가장 창의적인 결과가 나온다. ”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산업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아릭 레비는 3일 ‘201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특별강연을 통해 ‘창조경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레비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프랑스 본사 등을 리뉴얼한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박근혜 정부의 벤치마킹 대상인 이스라엘 출신이다. 코오롱 의류, LG전자 가전, 행남자기 테이블웨어 등을 디자인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창조경제’, 다양한 레시피 존재

레비는 박근혜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 “창조와 경제의 비중을 융통성 있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창의적인 것과 경제는 서로 다른 요리재료로 같이 갈 수도, 때에 따라서는 따로 갈 수도 있는 별개의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어떤 재료를 더 넣을지 레시피를 다양화한다면 가장 먹기 좋은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이스라엘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민간의 자율성 부문에서는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스라엘은 인재와 아이디어, 열정을 기초로 경제강국으로 성장해 왔지만 최대 자원은 ‘자유정신’이라고 본다”며 “한국도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해 내적인 힘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표출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창조는 ‘통제할 수 없는 근육’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라고도 덧붙였다.

◆‘용기와 관찰’이 창조의 원동력

레비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용기와 관찰을 꼽았다. 그는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 계산된 위험뿐 아니라 계산되지 않는 위험까지 감내하는 용기가 있어야 특별한 디자인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은 현재가 아니라 5년, 10년 뒤의 존재여서 머릿속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대로 된 관찰이 전제돼야 나올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규칙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혁신보다 기존의 것을 특정한 방향과 속도로 발전시키는 진화가 더 어렵다”며 “먼저 기존의 것을 잘 관찰한 뒤 그 바탕 위에 아이디어를 투사하고 실현시켜야 창의적이고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에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문화적 정체성을 차별화하는 데 주력할 것을 조언했다. “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문화정체성이 희석돼 가고 있는 대목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유정/허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