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기가 좋은 결과를 낳고 정상이 골칫거리라고 주장한다. 위기의 시대에는 정신적으로 정상인 지도자보다 정신 질환이 있는 지도자가 더 낫다.”

세계적인 정신의학자 나시르 가에미 박사의 《광기의 리더십》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지도자가 위기 때 성공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저자는 “전쟁이나 경제 공황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정신 질환을 가진 지도자가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의 ‘정신 질환’은 제정신이 아니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정신병이 아니라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를 뜻한다.

저자는 정신 질환과 위기의 시대 지도자들이 보이는 네 가지 공통적인 특성으로 현실주의, 공감 능력, 회복력, 창의성을 소개한다. 처칠과 링컨처럼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를 가진 지도자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냉철하게 간파하고,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며 진정으로 공감한다는 것.

저자의 주장은 히틀러와 나치 지도자들의 사례에서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히틀러는 조울증이라는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약물을 남용하다가 세상을 파괴하는 악마가 되고 말았던 것. 반면 가벼운 조증에 성욕 과잉이었던 케네디는 측근들의 ‘의료 쿠데타’를 통해 과다한 약물 사용을 막고 리더십이 향상돼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