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융합의 시대가 열린다.’

국내 최대 디자인 전시회인 ‘디자인코리아 2012’가 25일 대구광역시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의 디자인 코드는 ‘융합’. 기술, 서비스, 인문학에 디자인이 더해져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인간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참가자들은 전망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주관하며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전시관에선 인간이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필립스의 ‘리빙 컬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둥근 원형 모양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테이블 위, 바닥 등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터치 리모콘으로 색상과 밝기뿐 아니라 색상 변화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지경부, KIDP,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공동 제작한 ‘죽부인 로봇’ 역시 정보기술(IT)에 디자인이 가미됐다. 이 로봇은 여름에 안고 자는 죽부인을 본따 만든 것으로 사용자와의 물리적 접촉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을 체크해준다.

각종 공공서비스에 디자인을 접목시킨 작품들도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 방법을 만화로 표현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전자소송 홈페이지의 디자인 개선 사례도 소개됐다. 소송 단계 전후를 상세히 나눠 도표로 그린 후 다양한 색깔을 사용해 홈페이지를 꾸몄다. 소송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착한 디자인’ 역시 새로운 디자인 코드로 떠올랐다. 착한 디자인은 기존 제품 디자인에 사람과 지구를 생각하는 인문학적 사고를 더한 것이다. 패션잡화 판매업체인 리틀 파머스는 버려진 폐타이어를 수집해 세 차례에 걸쳐 분쇄한 후 혼합, 접착해 만든 가죽신발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충격을 잘 흡수하며 미끄럼 방지에 탁월하다. 에이치콤마가 선보인 ‘유니컵’도 대량 생산 중 결함이 생겨 판매하지 못하는 머그컵의 손잡이 부분을 재활용해 유리컵과 결합시킨 것으로 환경친화적인 제품이다.

이번 행사에선 미래 디자인 발전을 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올해 처음으로 홍석우 지경부 장관, 정용빈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원장 등 800명이 참석, 디자인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디자인의 밤’ 행사를 가졌다. 이태용 KIDP 원장은 “K디자인이 발전하려면 융합과 소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국내 디자인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