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은 군중심리의 폭력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2009년 시작된 이 사건은 이듬해 학력이 위조된 게 아니라는 경찰 발표까지 났지만 군중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의혹을 제기했고 타블로를 궁지로 몰아갔다.

타블로 사건뿐일까. 어긋난 군중심리가 건전한 비판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어버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익명을 보장하는 인터넷은 군중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개똥녀, 막말남, 루저녀 등 각종 ‘OO녀’, ‘OO남’들은 졸지에 대역죄인이 돼 군중 앞에 낱낱이 신상이 밝혀져야만 했다. 이제 군중은 ‘도덕’이란 명예로운 칼을 찬 사회 감시자가 된 것이다.

에버릿 딘 마틴의 《군중행동》은 이런 군중행동의 원인을 사회학과 심리학을 빌려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르 봉의 《군중심리》와 함께 군중에 대한 대표적인 분석서로 꼽힌다.

저자는 니체의 말을 빌려 군중의 속성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한다. “군중은 약자들의 손에 들린 보복용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탁월한 정신을 똑같이 평범하게 절단해버리거나 모든 미숙한 이기적 자의식을 성숙한 인간의 것만큼 억지로 늘여버린다.” 개인은 현명하고 합리적이지만 군중의 일원이 되는 순간에 바보가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자는 “그들은 자신이 어떤 신성한 원칙을 옹호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더 잔인하게 파괴적으로 행동할수록 그런 행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도덕성도 더 확고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한다. “그런 행동을 촉발하는 지도자들을 영웅이나 순교자로 만든다”는 부분에선 왓비컴즈(타블로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카페 회원)를 영웅처럼 떠받들던 네티즌들이 겹쳐진다.

그렇다면 군중행동을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심리분석학자들이 거론하는 무의식적인 ‘콤플렉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군중심리는 강박신경증, 편집증의 정신적 질환과 유사하며 이는 무의식에서 억압된 것들이 콤플렉스로 표출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군중행동은 인종주의, 왕따, 영웅 숭배, 마녀사냥 등 다양한 사회문화 형태로 표출된다. 그는 “대다수 사람들은 혐오스러운 대상에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관심을 보이지만 곧장 재미를 느끼고 잔인한 농담을 곁들여 은근히 비웃기도 하다가 급기야는 대놓고 놀려댄다. 농담은 순식간에 모욕으로 바뀌고 누군가 일격을 날리면 그 순간 집단폭행이 자행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사회는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대며 악다구니하는 군중들의 진정한 바벨탑이 돼 가고 있다”고 경고하며 ‘개인성의 회복’을 촉구한다. 그 대안으로 인문주의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자아를 의식하고 자유정신을 소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