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는 열정의 춤이다. 남녀가 한 몸처럼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남자가 끌고 다니는 왈츠나 따로 떨어져 자유롭게 추는 디스코와 다르다. 탱고는 둘 중에 누가 밀고 당기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격렬한 리듬 속에서 한순간의 시차도 없이 움직여야 한다.

만일 탱고를 경영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기업이 끊임없이 고객과 감정을 교류하고 고객의 몸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면, 그래서 마치 고객과 기업이 탱고를 추듯 한 몸이 될 수 있다면.

《탱고 경영》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느 기업이 ‘탱고 방식’을 도입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 후 기업 순위가 바뀔 것이라고 전한다. 저자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은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글로벌 SCM(공급망 관리)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며 탱고 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저자는 탱고 경영의 세 가지 키워드로 리얼타임, 플랫폼, 감성 소통을 제시한다. 그는 “리얼타임이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와 공급자가 실시간으로 교감해 기능, 가격, 납기가 결정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요즘 시장은 방송 프로그램 ‘슈퍼스타 K’처럼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소비자의 평가가 동시에 이뤄진다. 심사위원, 참가자, 고객이 함께 평가하고 모든 과정이 리얼타임으로 공개된다.

플랫폼이란 창의성이 발휘되는 자리다. 저자는 “기업 오너나 경영진들은 더 이상 군림하지 말고 인재들이 마음껏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라”고 말한다. 나아가 “소비자와 파트너들도 플랫폼 위에서 뛰어놀게 하라”고 한다. 조립식 가구로 유명한 이케아나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바꾼 애플 아이폰이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했다.

감성소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과 연관돼 있다. 기업이 SNS로 희로애락을 전달하면 그에 공감하는 소비자와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 이들은 점차 친밀해지는 관계가 되고 이것이 기업의 차별화된 강점이 된다. 그는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을 제품력보다 ‘프로세스의 힘’에서 찾는다. 이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생산·유통하는 능력이다. 경쟁사가 제품의 품질을 신경쓸 때 삼성전자는 공정 자체의 품질에 집중했다.

탱고 방식은 경영이 계획에 따라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현실을 전제로 한다. 대신 문제가 발생하면 얼마나 빨리 대응해서 원래의 계획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길을 잘못 들면 즉시 다른 경로를 탐색해주는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비슷하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 고객과 손을 맞잡고 뜨거운 호흡을 같이하며 춤추고 있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