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님, 제주에서 뵙겠습니다." "하이(Hi)~ 덕(Doug)님, 본사 화상회의 참석하시죠."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염동훈(영문명 : Doug Yeum) 구글코리아 대표를 각사 직원들이 부르는 방식이다. 네이트의 SK컴즈도 '님 문화'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털업계 전반에 '수평적 소통 문화'가 번지는 양상이다.

17일 SK컴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이주식 신임 대표가 진행한 직급별 릴레이 간담회 '비전토크'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직책에 따른 호칭을 파괴하는 수평적 소통문화 도입을 검토중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통한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과장·부장 다 어디 갔지?" … 포털업계 '호칭 실종'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영향력 강화 여파로 포털 '네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침체기를 겪어온 SK컴즈를 새롭게 바꾸려는 목적도 있다. 이 대표는 '변화 추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런 방안을 추진중이다.

명성남 SK컴즈 홍보팀장은 "이런 변화를 위한 내부 조사가 진행됐다" 면서 "현재 이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구체적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모회사인 SK텔레콤도 '매니저' 호칭을 2006년부터 도입했다.

나이나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짬밥 문화'가 뿌리 깊은 일반 기업들과 달리 포털 사이트업계에선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일찍부터 도입됐다.

포털 '다음'에선 1995년 창업 당시 최고경영자(CEO)부터 일반 사원까지 직급 없이 '님'으로 불리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이재웅 창업자가 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은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직급에 의해 수직적으로 업무를 조율하기 보다는 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개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며 "대기업에 근무하던 직원의 경우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했다"고 말했다.

포털 파란을 운영하는 KTH도 지난달 7일부터 기존 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직위를 없애고 호칭을 'PD'로 통일했다.

세계적 검색서비스 업체인 구글은 국내에선 영문 이름 뒤에 '님' 호칭을 붙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직책 없이 영어 이름을 부른다.

박선경 구글코리아 홍보팀장은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는 인터넷 기업은 회의에서 더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NHN이 운영하는 네이버는 직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를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야후코리아도 직급에 따른 호칭이 있다. 야후 본사도 매니저, 시니어 매니저 등 직급을 부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