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이룬 '박현주의 꿈'…"해외 비즈니스 이제 알것 같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사진)은 2003년 12월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대형 증권사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글로벌화를 생긴 지 6년밖에 안 된 자산운용사가 해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박 회장이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돈 좀 벌더니 오만해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쟁자들이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박 회장의 머릿속에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완성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이 짜여지고 있었다. 그 계획의 ‘1차 기착지’는 바로 중국이었다.

박 회장이 10년 가까이 가슴에 품어 왔던 꿈이 마침내 현실화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로부터 중국 합자법인 미래에셋화신자산운용에 대한 설립 인가를 지난 26일 받았다. 홍콩법인을 설립한 지 8년3개월 만에, 2010년 2월 중국 법인 설립을 신청한 지 2년여 만이다.

미래에셋화신자산운용은 중국 중소형 자산운용사인 화신신탁과 만든 합작 법인으로 총 자본금은 2억위안(360억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000만위안을 출자해 지분 25%를 확보할 예정이다. 중국은 외국 투자자가 운용사 지분을 최대 49%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당국의 외국인 지분 제한이 풀릴 경우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넘겨받아 최대주주 자격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중국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는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처음이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합작운용사는 38곳이다. 아시아 금융회사 중에서는 싱가포르DBS와 일본 미쓰비시은행 2곳밖에 없다. 미래에셋은 올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펀드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업을 시작하던 때부터 ‘한국 금융계에도 고 정주영 회장 같은 개척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진출은 금융계의 정주영이 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꿈이었습니다.”

박현주 회장은 금융계의 정주영이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유럽 미국 남미 아시아에 부지런히 진출했다. 미래에셋이 현재 진출한 국가는 홍콩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 대만 캐나다 호주 등 8개국이다. 여기에 지난달 현지 자산운용사인 NISP자산운용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인도네시아와 중국을 더하면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금융 영토는 10개국으로 늘어난다.

박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핵심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다.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곧 회사의 역량’인 자산운용업의 특성을 감안해 그 나라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현지인들을 대거 채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현재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직원을 거느린 인도법인의 경우 87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2명에 불과하다.

박 회장이 글로벌 금융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는 난관도 적지 않았다. ‘인사이트’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등 펀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해외 펀드들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량 환매 사태를 겪은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박 회장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실망한 투자자들에게는 “고객의 자산 보호에 무게를 둔 전략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드리지 못했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정공법’을 구사했다.

10년의 꿈을 이룬 박 회장은 “이제서야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떤 곳인지 조금은 알겠다”며 겸손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금융 영토 확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박 회장은 해외 운용사의 추가 인수·합병(M&A)도 고려 중이다. 이를 통해 5년안에 해외운용자산을 6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리고 전체 운용자산 규모를 100조원까지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뒀다. 그의 글로벌 경영에 대한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