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사우나 간 쿠팡 임원, 간호사가 둘러싼 까닭
김수현 쿠팡 영업본부장 "소셜커머스도 TV홈쇼핑ㆍ백화점 수준 신뢰 확보 할 것"

"내시경 검사를 받고 병원에서 나왔는데 간호사들이 저를 둘러싸더군요."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로 떠오른 쿠팡의 영업본부장인 김수현 (37)씨가 지난달 말 기자와 만나 꺼낸 첫마디다. 이어 "내시경 검사를 받아서 엉덩이가 불편한데 자꾸 말을 거는 겁니다"라고 했다. 또 "간호사들이 진도를 빨리 나가게 해줍니다"라며 싱긋 웃었다. 그는 갸우뚱하는 표정의 기자에게 간호사의 명함과 친필까지 보여주며 '인증'까지 했다.

'불편한' 김 본부장을 간호사들이 둘러싼 것은 그의 회사와 직책이 병원에 알려졌기 때문. 대표로 목소리를 낸 수간호사는 "긴히 부탁 드릴 게 있다"고 김 본부장에게 말했다. 타사에서 판매하는 커피 상품을 쿠팡에서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였다. 김 본부장이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던 병원의 간호사들이 쿠팡을 자주 이용하는 '팬'이라는 것.

김 본부장은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른바 '짝퉁 이슈'가 쿠팡에서는 발생하지 않아 신뢰도를 높인 것이 간호사들의 눈길은 물론 소비자의 인기를 끌어 온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딜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사업 진도도 잘 나간다"는 게 김 본부장의 얘기다.

201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은 지난해 11월 기준 9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업계 1위, 코리안클릭 기준 페이지뷰(PV)도 지난 5월 넷째주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순방문자수(UV)는 6월 둘째주부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700만명이 찾는 네이버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검색한 것도 쿠팡이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짝퉁? 우린 없어요"

비와 사우나 간 쿠팡 임원, 간호사가 둘러싼 까닭
김 본부장은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잇따라 불거졌던 '짝퉁 논란'에 쿠팡은 연루되지 않았다"며 "물론 쿠팡에도 가짜가 존재할 수 있으나 최소 2년에서 10년가량의 경험이 있는 판매업체만 취급하는 등 최선의 방책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제품은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관련 업체들의 불평도 많았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소셜커머스는 신뢰에 대한 싸움이 더 큰 시장"이라며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신뢰를 쌓은 곳이 결국 이긴다고 본다"고 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에서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이것이 한번 무너지면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판단이다.

쿠팡은 업체 신뢰도와 소비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본사 파트너지원팀과 고객만족팀 등 CS센터 인력을 60여명 확보하고, 서울·대구·부천 등에서 운영되는 콜센터(아웃소싱)의 인력도 250여명으로 확대했다. 이는 사업 초기 대비 4배 확대된 규모다.

부츠 브랜드인 '베어파워'를 제공하는 윙스풋코리아와 미국 본사도 쿠팡의 신뢰성을 높이 평가해 당초 병행수입 제품을 팔던 쿠팡에게 본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는 물류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서류 확인과 업체ㆍ상품 단위 조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QC(퀄리티 콘트롤) 시스템'까지 도입할 것"이라며 "TV홈쇼핑, 백화점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쿠팡 영업본부는 퇴사자가 거의 없습니다"

소셜커머스는 영업조직의 직원이 많고 이직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본부장은 좋은 사원을 모집하고 이들의 이탈율을 낮추기 위해 많은 월급을 제시하기보다는 '좋은 선배'와 '회사의 비전'을 제시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영입한 조직장들이 40명 가량되는데, 선발 기준은 일단 나이와 업계 경험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경쟁력 있는 직장이 어떤 곳이고 우리 회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베테랑을 통해 차근차근 배워가는 것이 직원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은 가족에게 '저는 월급을 얼마 주는 회사 다닙니다' 보다 '저는 이런 회사에 다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소셜커머스의 성장력은 저와 직원들에게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전체 시장은 2010년 5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하반기 5000억원 수준으로 덩치를 키웠다. 그는 "이처럼 성장하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우리는 새벽에 퇴근하고 아침에 또 출근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즐겁게 근무한다"고 덧붙였다.

소셜커머스 업계의 특징뿐만 아니라 쿠팡의 문화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얘기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쿠팡은 영업 사원이 좋은 성과를 내면 전 직원이 모여 꽹과리와 북을 치면서 떠들썩하게 박수를 치는 문화가 있다. 또 영업사원이 외근을 나가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다른 직원도 모두 일어서 '다녀오십시오'라고 응대한다. 현재는 회사 규모가 성장하면서 팀별로 이 같은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모르는 사원끼리 친구를 맺어주는 '마니또 이벤트', 멘토ㆍ멘티 제도, 추첨으로 맺어진 직원과 무조건 식사를 하는 '식케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원간 친목 도모도 영업본부의 활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가수 비ㆍ배우 김태희가 등장한 쿠팡 TV광고의 '비하인드 스토리'

비와 사우나 간 쿠팡 임원, 간호사가 둘러싼 까닭
김 본부장은 연예인들과의 에피소드도 있다.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가 등장한 쿠팡의 TV광고에 김 본부장도 등장한 것. 비가 등장하는 '사우나 편'에 웃통을 벗고 있는 '건달2'가 김 본부장이다.

그는 "'회사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회의에서 광고 모델로 나가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진짜 나갔고 건달역을 맡았다"고 했다. 그는 "부인은 제가 나온 광고를 무척 싫어했지만 직원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있었다"며 "망가지고 못난 몸매인 나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고, 영업할 때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비는 입대하기 전에 김 본부장의 부인을 위한 사인 CD를 전달하고 갔다.

김 본부장은 "광고 이후 쿠팡 본사 7층에는 국내 대기업의 바이어가 연일 찾아와 북새통을 이룬다"며 "싸게 파는 것을 더 싸게 파는 것이 소셜커머스가 아니라 누구나 갖고 싶은 것. 고급스러운 상품을 파는 소셜커머스 시장이 열린 셈"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모델에 대한 신뢰도가 쿠팡으로 전이되는 등 비와 김태희가 쿠팡과 소셜커머스의 고급화에 기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 이외의 효과도 물론 있지만 TV광고 이후 매출도 기존보다 50% 이상 늘었다.

쿠팡 입사 후 8개월간 주말도 없이 일한 김 본부장의 평균 수면 시간은 3시간30분. 통상 자정에 새로운 '딜'이 올라오는 소셜커머스 특성상 첫선을 보인 딜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피기 위해 이처럼 새벽을 지키면서 일했다는 것. 하지만 이제 병원을 찾을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고민이 많다. 그는 "소셜커머스 사업 모델의 확장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무한 경쟁에서 직원들이 지치지는 않았을까' 그런 고민도 한다"고 했다. 또 "시장에서는 소셜커머스를 안정화됐다고 보지만 우리는 가야할 길이 더 멀다"고 했다. 그는 "국내 소셜커머스나 국내 IT기업과 경쟁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영업본부장은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거쳐 2006년 옥션과 CJ 홈쇼핑 엠플온라인, 2008년에는 NHN 지식쇼핑 영업팀장을 지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