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세대 대학생들 "정치판 같은 총학생회 반대"
지난 2일 서울대는 총학생회장 투표를 무효화하고 내년도 재선거를 공고했다. 지난달 22일 1차 투표에 이어 지난 1일 자정까지 한 차례 연장했지만 최종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서울대 학생은 “후보들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등 정치색 공약을 내걸었다”며 “학생회장이 무슨 국회의원쯤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학생들의 자치기구인 학생회의 존립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SNS세대 대학생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치적 의견을 적극 개진하지만 총학 선거에선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내건 비운동권 후보를 선택하고 있다. ‘한·미 FTA저지’ 등 정치성 공약을 내걸거나 부정선거를 서슴지 않는 후보들에 대한 외면으로 투표율이 미달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3일 서울 주요 대학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총학 선거를 치른 곳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국민대, 단국대, 건국대 등 11곳이다. 이 가운데 ‘운동권 후보’가 당선된 곳은 숙명여대와 단국대 두 곳에 불과했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네 곳에서 비운동권이 당선됐고 나머지 다섯 곳은 투표율 미달, 부정선거 논란 등으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고려대에서는 ‘한국대학생연합 탈퇴’와 ‘ATM수수료 무료화 확대 및 흡연부스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운동권 후보를 누르고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연세대도 원룸, 하숙집 등 주거정보 제공 등 공약을 내건 비운동권 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대와 한양대는 운동권 후보들의 정치색 짙은 공약을 학생들이 외면하면서 투표율이 미달돼 내년에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후보 자격 등 선거 규정을 둘러싼 분쟁과 부정선거 논란은 일부 대학에서 올해도 반복됐다. 성신여대는 부정선거 논란을 둘러싼 학교 측과 학생회의 갈등으로 선거를 시작도 못하고 무산됐다. 국민대 역시 1·2위 후보 간 표 차이는 16표인 반면 무효표가 389표에 달해 내년 3월 다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