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복잡하다. 골치 아프다. 예금과 대출은 물론 펀드도 생활의 일부가 됐지만 금융을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거시경제학 재무관리 금융론 등 한 가지 분야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들을 하나로 꿰뚫고 실무에 활용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는 금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돕는 종합 해설서다. 저자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한국산업은행,맥킨지 등에서 쌓았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 담론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평이하게 풀어준다. 선물 옵션 스와프 등 기본적인 개념부터 설명하고 채권 가격과 이자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초대형 금융 위기가 발생한 까닭 등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까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 수학 공식이나 그래프는 최소화했다.

이 책은 현실 문제나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이론과 제도를 접목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4장 '기관 투자의 대명사,펀드'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상황부터 설명한다. 당시 큰 손실을 입었던 개인 투자자들은 단독 플레이의 한계를 절감하고 분산 투자의 장점을 살린 펀드에 관심을 쏟게 됐다는 것.이렇게 역사적 배경을 밝힌 뒤 펀드의 정의 및 간접 투자와 분산 투자의 속성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다른 상품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 준다.

이후 채권형 펀드,인덱스 펀드 등 시장에 나와 있는 펀드 상품을 설명하고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로 나아간다.

금융을 중립적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된 사회적 논쟁점들도 두루 다루고 있다. 금융기관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은 타당한가,경기를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은 바람직한 것인가,기업의 주권은 주주에게 있는가 등을 다뤄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