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 8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정상화에 따라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이자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가계부채 문제를 들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선 기준금리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어느 정도길래

한은은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79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에 비해 25조3000억원 늘었다고 21일 발표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외상구매)을 합친 것으로 흔히 가계부채로 칭한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15조원 정도 늘었는데 지난해 4분기엔 그 규모가 확대됐다. 가계신용 증가액 25조3000억원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분은 20조9000억원,판매신용 증가분은 4조4000억원이었다. 이재기 한은 경제통계팀 과장은 "시중은행들이 연말 실적을 위해 주택대출을 크게 늘린 데다 경기회복으로 신용카드를 통한 구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기준금리는 연 2.5%,대출금리는 연 4~5%로 낮은 수준이 이어지자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2007년 말 630조6000억원에서 2008년 말 688조2000억원,2009년 말 733조7000억원 등으로 불어나더니 이제 80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3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26.1%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0% 수준을 크게 웃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50%를 웃돌아 일본(135%) 미국(128%) 독일(98%)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대책은 뭔가

가계부채 과다는 소비여력을 감퇴시켜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더구나 향후 한은 기준금리가 더 높아지고 대출금리가 따라 인상되면 부작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자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금융회사 부실이 야기되고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가계신용 800조원을 기준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8조원 늘어난다.

삼성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소는 가계부채의 부실화 위험을 낮추기 위해 대출만기 장기화,고정금리 대출 확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9년 가계대출 중 만기가 2년 미만인 대출의 비중이 39.5%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급증의 배경엔 저금리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 조정을 위해선 기준금리의 조속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많다. 한은 집행부도 같은 의견이다. 민성기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현재 금리는 낮고 소득은 늘고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 금통위원은 "저금리에 따른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완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역시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금융당국은 민 · 관 태스크포스를 통해 의견을 모은 후 다음 달 중 가계부채 종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