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流民 - 정부가 외면하는 5가지] 1. 소형주택 품귀 … 중대형만 넘친다
정부가 전세난을 심각하지 않다고 오판하는 첫 번째 요인은 주택수급상 평형,지역,시기 등 3대 '미스 매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주택보급률이 올라가고,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는 통계를 보고 주택시장이 안정상태라고 해석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중소형이 수도권에서 철거 이주시기 등에 맞춰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중소형 입주물량 30% 불과

미분양 내지 미입주 아파트는 잠재적인 전세물건이어서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미분양 주택 중 세입자들이 기피하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비중이 50~70%나 된다는 게 문제다. 수도권은 중대형 미분양 주택 수가 2009년 1월 1만9219채에서 작년 11월 2만367채로 늘어났다. 총 2만9189채인 수도권 미분양 주택의 69.8%다.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8897채 가운데 약 84%인 7463채가 중대형 아파트다.

이는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2007년 11월 말까지 대거 분양승인을 신청하면서 당시 인기를 끌었던 중대형 아파트 공급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가 집값 불안을 잠재우려고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부작용으로 소형 전세주택 공급 위축을 불러와 전세난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2005년을 전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도 마찬가지다. 향후 높은 자본차익을 안겨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추세에 맞춰 민간 건설사들이 중대형 공급에만 열을 올리도록 했다.

◆수도권 입주물량,지방보다 더 감소

전세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수도권이다. 올해 수도권과 지방 입주물량이 모두 줄어들지만 수도권의 입주물량 감소폭이 지방보다 더 크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9만채로 작년 대비 35.9% 감소할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작년 11만4000채가 입주했던 경기도의 올해 입주물량은 4만8000채로 57.6% 감소할 전망이다. 지방은 12만8000채에서 8만3000채로 34.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마디로 지역적인 미스매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 도심에서 25㎞ 이상 떨어진 김포 동탄 파주운정 등 2기 신도시에 입주물량이 집중돼 있다. 학교와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2기 신도시에 입주물량이 몰려 서울 주민들이 전셋집을 옮기기가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주택공급 시기 조절에 실패

전세수요 측면에서는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철거이주,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신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수요량을 예측조차 못해 공급시기를 조절하는 데 실패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결과적으로 정부는 인구 구조의 빠른 변화를 미리 내다보지 못해 총주택 공급량과 공급 시기,공급 크기 등 3대 정책에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