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57)이 25일 특별한 만년필을 선물로 받았다. 세계적 필기구 브랜드인 몽블랑이 올해의 문화예술후원자상 수상자로 신 회장을 선정,루츠 베이커 몽블랑 인터내셔널 대표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전 세계 11개국 수상자 11명을 위해 순금으로 한정 생산한 '예술후원자 펜'을 직접 선물한 것.

신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일하던 1993년부터 선친인 신용호 전 회장이 설립한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문학 발전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꾸준히 지원해온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사실 처음부터 남다른 열정이나 소명의식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선친께서 하시던 공익사업을 이어받은 것이라 좀 쑥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공연예술과 달리 문화적으로 크게 조명받지 못하는 장르인 문학의 역할을 인정받게 돼 정말 기쁩니다. "

신 회장은 "선친께서 공연예술보다 문학 분야를 공익사업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마 당시 다른 기업들이 하는 분야보다 사회적 지원이 적고 소외됐던 분야를 선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여건이 허락하는 한 10년 뒤,50년 뒤에도 후원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산문화재단뿐만 아니라 교보생명을 통해서도 문화예술,체육 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신 회장은 그동안의 공익사업을 통해 세 가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첫째는 기업가로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람있게 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선친의 뜻,둘째는 영리법인(교보생명)과 비영리법인(대산문화재단)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셋째는 진정한 행복이란 돈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번은 보험설계사들의 국제적 행사인 백만불원탁회의(MDRT)에서 개인의 성공이 무엇이냐는 주제로 논의한 적이 있는데,돈이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행복해지려면 일곱 가지가 필요한데 쪼들리지 않을 정도의 돈,지식,건강,가정,이웃과의 상생,직업적 전문성,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마음씨예요. 이 일곱 가지를 고루 갖춰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젊을 때 벌고 은퇴한 뒤 나누자는 생각을 버리고 살아가면서 항상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죠."

신 회장은 이처럼 중요한 깨우침의 길을 열어 준 선친이 한없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문화재단을 통해 일깨운 예술적 감성이 기업을 운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도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