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공공기관 통폐합 사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다음 달 4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지식경제부 산하 7개 연구개발(R&D) 지원기관이 헤쳐 모인 두 기관은 중구난방식으로 흩어져 있던 R&D 지원 기능을 한데 모아 수요자인 기업의 혼란을 줄이고 조직도 슬림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해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지경부 R&D 예산의 70%를 두 기관이 담당한다.

하지만 '실질적 통합'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EIT는 6개 기관,KIAT는 5개 기관 출신이 섞여 있는데 이들의 보수체계가 출신 기관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지붕 여섯 가족(KEIT)''한지붕 다섯 가족(KIAT)'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한 기관에 노조 셋

한 조직에 출신 기관별로 상이한 보수체계가 적용되는 것은 정부의 '총인건비 동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과거 통폐합 대상 기관의 보수체계가 다를 경우 급여 수준이 높은 쪽에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공공기관의 인건비를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통폐합을 추진했다. 그렇다보니 통폐합 과정에서 급여 수준이 높은 기관과 낮은 기관 간 갈등이 커졌고 결국 '기존에 받던 대로 받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KEIT 관계자는 "20년가량 근무한 직원의 경우 출신 기관에 따라 연봉이 2000만~3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KIAT도 사정은 비슷하다. 직원들 사이에선 "왜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느냐"는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노조의 존재도 한 요인이다. 직원수가 260여명인 KEIT는 노조가 3개나 있다. 한 곳은 한국노총 소속,한 곳은 민주노총 소속,나머지 한 곳은 무소속이다. 서영주 KEIT 원장은 "한 노조가 동의해도 다른 노조가 반대하면 일이 안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성과형 연봉제 추진

두 기관은 보수체계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있다. 개혁의 큰 방향은 출신 기관별로 상이한 보수체계를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른 연봉제로 단일화하는 것이다.

김용근 KIAT 원장은 "보수체계 개혁 방안을 노조와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KIAT의 경우 노조가 한 개여서 KEIT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KEIT는 최근 경영진과 3개 노조 대표,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실무작업반' 구성에 합의했다. 성과형 연봉제 도입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합의안 도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KEIT 측 설명이다.

정부도 두 기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폐합된 다른 공공기관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이들 두 기관을 포함해 총 37개 공공기관을 14개로 통폐합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폐합 기관에 상이한 보수체계가 존재하는 것은 과도기적 단계"라며 "결국 단일보수체계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