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씨(가명 · 34)는 한번도 정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박씨의 스펙은 서울 중위권 대학 졸업장에 해외 연수 경력과 학점 평균 B플러스(+),850점대 토익성적.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었던 박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소일하고 있다. 박씨도 한때 중소기업 취업을 검토했지만 그때마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며 부모가 앞장서 만류했다.

지방대 출신인 김상협씨(가명 · 33).공무원을 지망하는 '3년차 고시생'이다. 재학 중 해외연수 1년,취업 실패 후 진학한 대학원 2년을 포함하면 군대를 빼고도 학업과 취업 준비만으로 10년을 흘려 보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지금도 그가 공무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학(전문대 포함) 진학률이 80%를 넘는 고학력 사회가 청년백수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 높이기에만 급급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실업난과 인력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미스매치(불일치)의 배경에는 대기업 공기업 등에 대한 구직자들의 극단적인 선호 현상과 함께 '장기 실업상태'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실업인구는 121만6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드러난' 실업자 통계에 불과하다. 실망실업자,장기취업준비생,구직단념자 등 '숨겨진' 실업자들로 범위를 확대하면 사실상 실업인구는 4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들 중 적어도 30%는 청년층이라는 게 노동부의 추산이다.

이처럼 유휴 인력이 넘쳐나는데도 중소기업들은 공장을 세우고,경기회복으로 늘어난 주문을 퇴짜 놓을 정도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50인 이상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력부족률이 3%에 달하며 당장 충원해야 할 부족인력이 2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만 해소돼도 최소한 청년실업자 수십만명이 당장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성태/오상헌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