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채용에 나서는 기업과 모집규모가 최근 7년 이래 최저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점차 경제여건이 풀리고 있지만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인 고용은 내년 상반기 정도 돼야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1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최근 상장기업 548개사를 대상으로 '2009 하반기 채용계획(정규직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35.4%인 194개사만이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인크루트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전망 조사를 실시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해 하반기(45.6%)와 비교해도 10.2%p 감소한 수치다.

하반기에 채용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은 274개사(50%)였으며 미정인 기업은 80개사(14.6%)였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 중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의 비율은 60.2%, 미실시 23.9%, 미정 15.9%로 절반 이상이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중견기업의 경우 채용실시 비율이 29.5%로 대기업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고 미실시 50.8%, 미정 19.7%였다. 중소기업도 채용실시 28.5%, 미채용 61.6%, 미정 9.9%로 중견기업과 사정이 비슷해 경영의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채용에 나서는 기업 수가 줄면서 모집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실시, 미실시 포함 468개사)이 밝힌 채용인원은 총 1만1036명으로 이들 기업이 지난해 하반기에 뽑았던 1만2728명에 비해 13.3%(1700명) 줄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채용에 나서지 않으면서 규모 역시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기업규모별 채용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대규모 채용도 중요하지만 전체 채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채용이 살아나야 전체 고용상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체 12개 업종 중 무려 11개 업종이 전년대비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유일하게 채용규모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금융으로 전년에 비해 약 130명 가량(7.8%) 신규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모두 감소폭으로 희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 중 식음료(-1.1%), 전기전자(-5.1%), 물류운수(-5.5%), 기타제조(-7.5%), 유통무역(-10.7%) 등은 감소폭이 10% 이내에 머물며 그나마 '선전'했다.

반면 석유화학(-36.4%), 자동차(-28.5%), 기계철강조선(-27.5%), 건설(-25.2%), 정보통신(-22.5%)등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큰 편이었다.

채용규모가 가장 크게 줄어든 업종은 제약(-53.3%)이었는데 올 하반기의 채용인원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채용인원은 전기전자(3614명)가 전체 채용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며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이고, 유일한 '플러스 채용'인 금융(1720명) 역시 대규모의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정보통신(969명), 기계철강조선(921명), 기타제조(916명), 식음료(864명), 건설(675명), 제약(383명), 유통무역(376명), 자동차(284명), 물류운수(188명), 석유화학(126명) 순이었다.

다만 이런 각종 부정적인 수치들을 다가오는 봄을 알리는 소식으로 기대해 봄 직하다.

이 대표는 "최근 조금씩 경기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기업과 구직자들도 내년 상반기 이후 채용시장이 해빙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올 하반기가 '바닥'을 치는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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