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15년만에 개방된 돈의 고향 경산조폐창을 가다
경북 경산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대로변에서 산속으로 떨어진 조금은 밀폐된 장소에 들어서 있는 이곳은 겉으로 봐서는 전원속의 조그만 공장으로 보일 뿐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여러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 제법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75년 7월 처음 문을 연 경산조폐창은 1999년 옥천조폐창이 흡수 통합되면서 국내에서 화폐를 찍어내는 유일한 곳이 됐다.

그러다 보니 입구에서 부터 여간 경비가 삼엄하지 않다. 경비원들도 가스총이 아닌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군형법과 군사기밀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국가중요시설 가급 시설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15년만에 언론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기자의 신원조회는 물론 가지고 들어가는 카메라의 기종까지 사전에 통보해 승인을 받아야 했다.

공장 내부에는 도로표지판 조차 붙어있지 않다. 직원들의 안내가 없으면 공장 내부가 어디에 무슨 시설인지 알 수가 없다.

건물 내부 출입은 공항검문검색을 훨씬 능가한다.시설들에 들어가려면 지문인식을 통해서만 문을 열 수 있고, 해당 부서 직원이 아니면 다른 공장 출입은 엄격히 제한됐다.

나올때도 신분인식 카드를 출입기에 대야만 출입문이 열릴 정도로 공장 전체가 2중 3중의 안전장치로 둘러싸여 있다.

공장 내부 시설은 모두 보안카메라로 24시간 감시되고 있어서 돈 분실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주화공장
공장 내부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이 그대로 적용이 돼 있다. 특히 주화공장은 세계 최초의 일관생산 라인으로 한국의 화폐 제조 기술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이곳은 75년 부산의 주화공장이 이전하면서 설비를 보강해 국내 동전 주화는 물론 수출용까지 제조하고 있다.

필리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등 세계 10여개국의 주화를 만들어 납품했으며 지금도 이스라엘의 주화는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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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리모델링을 통해서 생산시설을 일관공정의 최신식으로 바꿔서 지난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일관 시설이다보니 견학을 온 외국인들 조차 한국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고 조폐창 관계자는 말했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동전은 하루 350만개에 이른다.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500원짜리의 경우 50만원 단위로 박스 포장이 된 후 마지막으로 4000만원 단위로 포장돼 수송되는데 그 무게가 0.8톤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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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창도 수익사업 개발 중

비밀의 시설이었던 조폐창도 시대가 바뀌면서 변화의 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치고 있다.

동전 이외에도 각종 훈장, 기념 주화는 물론 최근에는 왕릉 출토물을 순금으로 만들어 재현한 문화재 등 수많은 제품으로 조폐창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것 중에서 최고의 예술적 기법이 들어가는 것은 훈장이다.

그동안 수많은 훈장을 만들어 냈지만 그중에서도 대통령에게 만 수여되는 무궁화 대훈장은 국내 훈장 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이 훈장은 1벌의 제작비용만 2000만원을 넘어선다고 한다.금과 루비 자수정 루비 등으로 제작이 되는데 특별한 경우는 외국의 국가원수에게 수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것도 얼마 전 제작이 돼 봉하마을로 전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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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메달사업은 조폐창에서 만드는 주된 종목의 하나이다.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의 금은동메달 등 국제적 행사용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낸다.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해 2002개 한정으로 만들어진 102mm 크기의 기념 매달은 이곳에서 만든 기념메달 중 가장 큰 제품으로 기록돼 있다.

기념 주화 등의 제작을 위해 자체에 금순도 등을 보증 기관까지 보유하고 있다.

요즘은 인기스타를 위한 기념메달도 주문하면 제작해 준다.권상우씨가 일본 팬들을 위해 특별히 1000개 한정으로 제작한 기념메달과 HOT메달 등도 이곳에서 만들어서 납품했다.

◆지폐공장은 풀가동 중

조폐창에서는 한국은행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돈을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것이 바로 지폐를 만드는 곳이다. 전체 매출의 70%가 지폐분야에서 나온다.

지폐공장 내부는 거대한 인쇄소를 연상케 한다. 단지 생산되는 제품이 돈이라는 것일 뿐이다. 돈을 만들기 위한 종이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공장 도처에서 완성돼 가는 돈들의 모습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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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인쇄를 하고 스크린인쇄와 홀로그램 부착, 요판인쇄, 지폐번호 인쇄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어진 돈은 마지막 공정에서 절단과 포장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화폐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중간 중간에 잘못 만들어진 돈들은 그냥 잘못 인쇄된 용지처럼 파지로 취급될 뿐이다.공장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일상화된 탓인지 만들어진 돈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맡은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요즘은 5만원권이 새로 발행되면서 벌써 몇달째 신권의 인쇄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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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신권은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서 제작되는데 각종 위조방지 장치 등을 장착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넣고 특수 잉크를 말리는 과정 등 국내 화폐 발행 기술의 모든 것을 투입한 여러단계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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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절단 포장되는 5만원권 지패는 최종적으로 5억원 단위로 포장이 된다.성인 한명이 무겁지 않게 들 수 있는 크기의 포장에 신권과 구권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조폐장 관계자는 “처음 인쇄를 시작한 후 돈으로 만들어지기 까지 1달 보름 정도가 걸릴 정도로 대단히 정교하고 오랜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최종 공정에서는 매일 하루 350만장 금액으로 약 1750억원 가량의 돈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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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을 다한 지폐는 다시 이곳으로 모여 파쇄되고 남은 재료는 뭉쳐서 봉을 만든 다음 압축해 건축 자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경산 = 신경원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