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바이 어메리카(Buy America)'라는 자국산업 우선의 보호주의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미 철강업계는 미 정부가 미국산 철강제품을 구매해 고속도로 교량 학교 병원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개선에 써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미 최대 전기로업체인 뉴코어의 다니엘 디미코 회장은 3일 "우리 업계가 요청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바이 어메리카' 조항이 들어간 경제회생프로그램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 침체와 자동차업체 부실 등으로 철강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바람에 철강업계는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호황을 누렸던 미 철강업계는 지난해 9월 이후 생산이 전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12월 하순의 경우 주간 생산이 102만t으로 감소했다. 미 최대 철강업체로 고로(용광로)를 사용하는 US스틸측은 "6개 고로중 현재 4개만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영향 탓에 고로업체들은 총 5만명에 달하는 종업원중 올해초에 2만명을 일시 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철강노조는 밝혔다.

미 철강협회(AISI)의 낸시 그래바트 대변인은 이와 관련,"정권인수위도 철강업계가 강조하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경기부양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권인수위의 젠 프사키 대변인은 "(철강업계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 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호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 반 홀렌 하원의원은 "부양책이 미국의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무역전쟁이 촉발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은 오는 20일 취임일에 맞춰 6750억~77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일자리 300만개 만들기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당선인은 5일 오후 3시(한국시간 6일 오전 5시)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을 비롯,상·하원 지도부와 만나 조속한 경기부양책 마련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과다한 재정지출은 안된다면서 필요할 경우 제동을 걸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