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는 '소의 해'에 맞게 '황소장(불 마켓)'이 되면 좋겠습니다. "

삼성증권에서 주식시장 시황을 맡고 있는 투자전략팀엔 '황ㆍ소ㆍ봉'이란 별칭을 가진 애널리스트 트리오가 있다. 소띠 동갑내기(36세)인 황금단ㆍ소장호 연구원과 김성봉 선임연구원(38)이 그 주인공이다. 황소는 증시에서 강세장을 뜻한다. 여기에 '봉우리'라는 의미까지 더해졌으니 '황소봉'은 그야말로 '강한 상승장의 절정'으로 풀이되는 셈이다.

이 트리오는 매일 아침 발간하는 증시 데일리(시황 분석 및 투자전략을 담은 책자)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주식 시황을 쓴다. 그런 만큼 평소 보수적이면서도 냉철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는 마음은 '보통사람들'처럼 희망과 기대가 가득하다.

황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는 고용 기업실적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최악의 국면을 맞겠지만 주가는 바닥을 찍을 수 있다"며 "일반투자자들은 '종자돈'을 잘 간수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면 회복 장세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 연구원은 경기 순환 측면에서 보면 2009년은 상승장세가 펼쳐질 차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의 하락 속도와 강도가 유례없이 강했지만 그래도 경기 순환이란 사이클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2007년까지 홀수해에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반등세가 뚜렷했다"며 "홀수해인 새해도 주가가 저점을 찍고 턴 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KAIST 금융공학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김 선임연구원은 보다 긍정적이다. 새해 1분기 실물경기는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절호의 투자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연구원은 "각국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막대한 유동성을 푼 만큼 자산가치의 축소를 막기 위해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점차 관심을 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 3분기부터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된다고 가정하면 주식시장은 6개월 정도 선행해서 1분기 중에 바닥을 찍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도요타가 70년 만에 적자를 낸다는 소식을 곰곰이 따져보면 대표적인 우량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때는 기업실적과 경기 하강 사이클이 최악이라는 의미"라며 "이는 곧 경기와 증시가 갈 만큼 다 갔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작년엔 몇 번이나 애널리스트를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200선 밑으로 내려간 이후에는 도대체 이론적으로 시장을 설명하기조차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황 연구원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워낙 많은 대외 변수가 국내에 영향을 미쳐 예측은커녕 쫓아가기도 바빴던 것 같아 아쉽다"며 "새해에는 각오를 새롭게 다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