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블루칩 화가' 박수근 화백(1914~1965년)의 작품 '빨래터'(국내 경매 최고가ㆍ45억2000만원)의 진위 논란 불똥이 '시장'으로 옮겨 붙고 있다. '빨래터' 뿐아니라 시중에 유통되는 박 화백의 다른 작품 일부도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미술계 일각에서 나오면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호가가 급락하고 있다. 박 화백의 작품은 그동안 시장 분위기와 관계없이 호당 3억~5억원대(호가 기준)를 유지해 왔으나 올 하반기 들어 1억~2억원으로 떨어진 것.

미술계에서는 이중섭 화백 작품이 위작 파문으로 미술 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것처럼 박 화백 작품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경매시장에 출품된 박 화백 작품은 유화 3점과 드로잉 1점 등 모두 4점.이 가운데 서울옥션이 지난 10월 홍콩 시장에 선보인 '노상의 사람들'과 '노상의 여인들' 2점과 아이옥션이 지난 8월 경매 부친 '나무가 있는 언덕' 등 3점이 유찰됐다. K옥션과 서울옥션이 이달 10일과 16일 각각 실시하는 메이저 경매에는 박 화백의 작품이 아예 출품되지도 않은 상태다.

화랑가에서도 두텁게 형성돼 있던 박 화백 작품 매수세가 얇어지며 거래가 끊겼다. 구도나 색감이 뛰어난 수작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고 보통 수준의 작품 호가는 호당 2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미술계에서는 박 화백 작품의 향후 시장성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요 화랑의 한 관계자는 "'빨래터'위작논란이 학계,문화계 등으로 확산되면서 결론이 쉽사리 날 것 같지 않다"며 "이 같은 어정쩡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작품 가격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거래가 중단되는 상황이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반면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박 화백의 작품값이 약세를 띠고 있는 것은 '빨래터'의 위작 논란 영향과 함께 미술 시장이 불황인 데다 박 화백 작품 수가 워낙 적어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없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며 "박 화백은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만큼 시장이 안정되면 가치가 쉽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술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2005년 이후 박 화백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 총 68점이 팔렸다. '빨래터'를 비롯해 '시장의 사람들'(25억원) '농악'(20억원) '나무와 두여인'(15억원)'앉아 있는 아낙과 항아리'(14억6000만원) '한가한 날'(12억4000만원) '휴식'(10억5000만원),'귀로'(10억원) 등은 10억원 이상의 고가에 낙찰됐다.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