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방콕 데인저러스'는 태국의 팽브라더스 감독이 1999년 만든 동명 원작을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신선도는 약화됐지만 세계적인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를 주연으로 내세워 대중성을 강화했고 액션의 스케일도 키웠다. 무엇보다 방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와 액션이 조화를 이뤘다.

이야기는 살인청부업자 조(니콜라스 케이지)가 방콕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태국 갱 수랏의 의뢰로 방콕을 움직이는 4명의 권력자를 암살하기 위해서다. 조는 소매치기인 콩(샤크릿 얌남)을 심부름꾼으로 고용해 암살 계획을 하나씩 실천한다. 그러나 고용주인 수랏이 자신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을 알면서 극의 반전이 일어난다.

영화는 조의 청부 살인 장면과 살인 도중 입은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청각장애인 약사(양채니)와의 연애담을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극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동시에 러브스토리가 곧 깨질 것임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이런 드라마는 방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할리우드식 액션과 긴밀하게 병치돼 있다. 방콕을 상징하는 수상 시장,슬럼가,환락가 등에서 수류탄,권총,장총,칼 등 다양한 살상 무기,고속정과 오토바이 등을 동원해 무차별적인 총격신,거대한 폭발신,박진감 있는 추격신을 보여준다. 수상 시장에서 펼쳐지는 액션이 백미다. 인파 틈새로 총을 겨누고,작은 배들 사이로 고속정이 질주하는 등 아슬아슬한 추격신을 살려냈다.

그러나 니콜라스 케이지의 액션 연기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그의 연기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해 색다른 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 록''콘에어''페이스 오프''내셔널 트레져' 등 전작에서 보여준 '거칠지만 따스한 마음'을 지닌 케이지의 모습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악마에 영혼을 판 파우스트같은 반영웅역으로 등장한 '고스트 라이드'와는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까지 흡사하다. 여인에게 흔들리는 킬러란 이야기도 수많은 '킬러 영화'에서 다뤄졌다. 짜임새는 정교하지만 컨셉트는 진부한 영화다. 15세 이상.11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