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아시아 2008 컨퍼런스'서 나온 미래의 모습

"여기는 인천국제공항.중국발 황사로 미세먼지 농도가 오전 300㎍/㎥ 에서 현재 500㎍/㎥로 높아졌음.서울 여의도 63빌딩은 빠른 대처 바람." "접수했음.건물 내 환기 시설의 대응 단계를 1단계 높이겠음."

인천국제공항과 63빌딩이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대기 오염에 관한 데이터 정보를 주고 받는 미래의 모습이다. 공항 건물에 달린 센서가 대기 오염을 감지하면 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63빌딩 건물 운용시스템에 전달하고,63빌딩 건물 운용시스템은 이를 토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빌딩이 대화를 한다

'인터넷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리프트(LIFT) 아시아 2008 컨퍼런스'(다음커뮤니케이션 후원) 둘째날 행사에 참석한 컨퍼런스 창립자 로렝 허그 스위스 리프트연구소장은 "사람과 PC 사이에서만 이뤄지던 인터넷 소통 방식이 미래엔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PC와 PC가 스스로 대화하는 것은 물론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건물끼리 의사소통을 하고,도시를 운행하는 모든 차량의 센서가 위성 위치추적장치(GPS)를 통해 교통 정보를 알려 주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대화하는 건물'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인물은 미국 뉴욕에서 '더 리빙(The Living)'이라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양수인 대표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전 대표는 "연사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리빙 프로젝트'로 명명된 양 대표의 아이디어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는 "대도시의 건축물들은 이미 하나의 PC처럼 기능하고 있다"며 "다만 냉·난방 장치,환기시설,에스컬레이터 등에 달린 각종 센서들이 건물 안에서 상호작용을 했다면 앞으로는 이것들이 센서와 인터넷을 통해 다른 건물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대기 오염에 대한 정보 공유뿐만 아니라 빌딩들끼리 에너지 활용도를 공유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미국에선 이미 '슬로깅'(slogging·감시한다는 뜻의 sensor와 blogging의 합성어)이란 개념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자기 집에 대기 오염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하고,'동네 오염도'를 구글 맵에 올리고 있는 것.양 대표는 "개당 1만5000원 안팎인 센서 등 각종 디지털 장치들이 값싸진 덕분에 건물끼리 스스로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더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대폰이 화폐 기능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인터넷의 발달이 화폐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영국 컨설팅회사인 하이페리온의 데이빗 버치 컨설턴트는 "유럽에선 휴대폰이 지배적인 결제 수단이 될 것이란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발행 비용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지는 동전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상과학 소설가이자 블로거로 활동 중인 브루스 스털링은 "극빈층의 비중이 높은 인도에서는 매달 600만명이 새로 휴대폰에 가입할 정도로 휴대폰에 관한 한 디지털 격차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휴대폰 결제의 현실화는 가난한 이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