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기대주인 남자 68㎏급의 손태진(20.삼성에스원)이 2008 베이징올림픽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손태진은 지난해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대회를 앞두고 대학을 자퇴했다.

지난해 경북체고를 졸업하고 실업팀 삼성에스원에 입단한 손태진이 단국대를 다니다 같은 해 3월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선발전에 대학 소속으로 출전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해 7월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 파견 대표선발전에서 손태진에 패한 선수의 팀에서 뒤늦게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운동부와 일반부(실업팀)에 이중으로 등록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선수 등록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학습권 등 선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앞서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고양시청)이 재학 중이던 고려대에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아 자퇴 처리된 것도 이 조항 때문이다.

체육회는 결국 올 1월 이사회에서 실업팀 소속 선수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선수등록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손태진은 "다른 사람도 아닌 같은 태권도인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그때는 정말 태권도를 하기 싫었다"고 당시 마음고생을 떠올렸다.

대표 자격 시비에 휘말린 뒤 출전한 올림픽 세계예선은 더욱 드라마 같았다.

손태진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1위를 차지해 한국에 올림픽 출전 티켓을 안겼다.

1회전 부전승을 시작으로 순조롭게 나아가던 손태진은 야코모 가르시아(도미니카공화국)와 4회전(16강) 대결 끝에 팔꿈치가 탈구되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2-0으로 앞선 2라운드에서 상대와 엉키며 바닥에 떨어진 뒤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뒹굴었다.

응급조치를 받고 다시 경기에 나선 손태진은 6-3으로 승리,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아무런 구실을 못하는 왼팔 때문에 더 이상의 출전은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8강 상대는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마크 로페스(미국)였다.

대회 체급별 3위까지 선수의 국가에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쿼터 획득은 물거품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손태진은 주저앉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4-4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서든데스로 진행되는 연장전에서 종료 4초 전 회심의 오른발 몸통차기를 성공시키며 로페스를 무릎 꿇렸다.

이어 준결승에서 멕시코의 이듈리오 이슬라스(멕시코)를 2-0으로 따돌렸고, 결승에서도 현란한 발차기로 게슬러 비에라 아브레유(쿠바)마저 4-1로 꺾고 1위에 올랐다.

손태진이 '맨체스터의 영웅'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손태진은 올 3월부터 세 차례 열린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재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베이징올림픽 대표가 됐다.

한국의 출전 네 체급 중 최종선발전에서 3차전까지 대표 선수를 가리지 못해 재경기까지 치른 것은 남자 68㎏이 유일했다.

손태진은 "큰 산을 넘고 이제 마지막 산 하나가 남았다.

어렵게 올림픽에 나서게 된 만큼 실수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금빛 의지를 드러냈다.

대학 2학년 나이인 손태진은 올림픽 대표 네 명 중 가장 어리다.

국제 경기 경험도 많지 않다.

하지만 금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소속팀 김세혁 감독은 "얼굴 공격이 주무기인 손태진은 기술적으로는 보완할 것이 없다.

(헤비급 최고 스타였던) 김제경이 다시 나왔다 싶을 정도"라고 말한다.

또 "연결 동작과 스피드가 좋다.

지키려는 스타일도 아니고 공격과 반격 모두 뛰어나다.

게다가 훈련 한번 쉰 적이 없을 만큼 근성이 있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손태진의 메달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다만 큰 무대 경험 부족은 다소 걸린다.

2005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1위를 차지한 손태진은 성인으로서 첫 출전한 국제무대인 지난해 5월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판에 알지미로 메자스(베네수엘라)에게 3-5로 패했다.

하지만 9월 올림픽 세계예선에서는 부상에도 1위를 차지하며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누구나 부담이 큰 첫 경기만 잘 치른다면 무난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진 역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첫 출전해 어린 나이라 긴장도 많이 했고, 경기 스타일도 파악을 못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 세계예선에서는 1위로 출전 쿼터를 땄다"면서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독한 마음 먹고 꼭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