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가 언제 유출될지 모르는 해킹,인터넷·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에 떠는 중독증세,정부에 의해 사생활까지 감시당하는 전자감시 사회….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지만 이에 따른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IT)이 인간을 감시하고 위협할 무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누구와 통화했는지,어떤 사이트에 접속해 무엇을 봤는지 등 모든 정보가 기록으로 남다 보니 말 그대로 새로운 '빅 브러더'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경제가 세상을 바꾼다 (下) 커지는 디지털 그림자] "당신의 디지털 라이프 누군가 뒤밟고 있다"
◆늘어나는 디지털 그림자


인터넷 경제 시대가 초래할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개인정보 유출이다.

범죄 예방이나 기업 마케팅을 위해 각종 개인정보를 취합하고 있지만 정부나 기업들의 정보 관리 능력은 아직 취약하다.

올해 초 온라인 경매사이트 옥션이 해킹 당해 1000만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국방장관 수석정책보좌관의 이메일과 컴퓨터 시스템 일부가 해킹 당하기도 했다.

정보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세계 최대 저장장치 업체인 EMC의 조 투치 회장은 "엘리베이터나 현금자동인출기 등을 이용할 때 감시카메라에 찍혀 보관되는 화면 등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나가는 정보,이른바 디지털 그림자(digital shadow)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그림자 등 개인정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리할지가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생활까지 감시하는 빅 브러더

정부나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관리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모든 국민의 전화통화,이메일,인터넷 접속시간 등 사생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법을 만들려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쳤다.

범죄나 테러예방을 위해 인터넷업체나 통신업체가 내무부에 모든 가입자의 이용 내역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정부가 이를 최소 12개월 동안 보관하려는 취지였지만 '전자감시 사회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포털 구글이 빅 브러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05년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는 '구글 2084'란 한 장의 옵아트(추상미술)를 실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빗대어 만든 이 사진에는 2084년 구글 사이트에서 친구,적,나의 예전 배우자의 정보와 사진,의료나 금융,납세,전화통화,대화까지 볼 수 있는 메뉴를 등장시켰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정보를 훔쳐보고 엿볼 수 있다는 내용을 풍자한 것이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연구소장은 "데이터를 관리하는 정부나 기업이 개인보다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인간성을 상실한 인터넷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했다.

◆인터넷 중독,사이버 전쟁도 위험

온라인 게임으로 인한 중독 문제도 인터넷 기술의 역작용으로 만들어진 어두운 그림자다.

일본에서는 인터넷에 중독돼 방문을 걸어 잠그고 틀어박혀 바깥 세상과 단절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챙기려는 악의적인 해킹이 국경을 넘어 이뤄지고 있는 데다 다른 정부의 일급 비밀을 빼내는 사이버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자로 지난달 한국을 방한한 울리히 벡 교수는 "국제적인 해킹이나 사이버 전쟁처럼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며 "세계 모든 국가가 이 같은 위험을 인식하고 공동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