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바이오 리듬에 맞춰 숙면을 취한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잠옷 차림으로 오전 회의 준비를 한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에 접속한 뒤 가상현실 사이트로 로그인,미리 작성해 둔 동영상 회의자료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 가상현실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신(아바타)에게 끌어다 준다.

말쑥하게 정장으로 차려입은 가상현실 속의 K씨는 이 동영상 자료를 동료들에게 설명한다.

그동안 K씨는 잠옷 차림으로 느긋하게 회의를 지켜본다.

앞으로 2∼3년 뒤면 이같이 가상현실 속에서 아바타가 알아서 척척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게 가능해 진다.

지금처럼 아침에 급하게 서둘러 옷을 차려입고 출근할 필요가 없어진다.

온 집안이 컴퓨터 기능을 하는 기기들로 가득해 질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즐길 수 있게 된다.

가상현실이 상상력뿐 아니라 창조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현실에서 현실과 다름없는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린든랩이 만든 인맥관리서비스(SNS) '세컨드 라이프'가 대표적이다.

린든랩 직원들은 3차원 가상현실 공간인 세컨드 라이프에서 실제로 회의를 한다.

아직 K씨의 사례처럼 캐릭터가 알아서 척척 설명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가상현실을 현실처럼 활용하고 있다.

로빈 하퍼 린든랩 부사장은 "3차원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하면 입체적인 회의자료를 활용해 실제 회의처럼 느낄 수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세컨드 라이프를 업무용으로 활용하면서 출장이나 회의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컨드 라이프 이용자들은 린든달러라는 가상머니를 실제 린든랩 사이트에서 구입,가상공간에서 돈을 벌거나 쓰고 물건을 사거나 파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보다 더 실제와 똑같은 입체영상을 구현해 낸 국내 SNS도 있다.

'누리엔'은 비주얼 컴퓨팅 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 그래픽카드업체 엔비디아의 '피직스'라는 물리 기술을 처음 도입해 아바타가 걸을 때 긴 치마의 펄럭임을 실제와 똑같이 표현했다.

입체적인 아바타로 디디알(DDR) 같은 댄스게임이나 퀴즈게임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방을 꾸며 친구들을 초청,채팅을 할 수도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2차원 SNS 기능을 하던 미니홈피를 3차원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가상현실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가상현실 범위는 컴퓨터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로 확장되는 추세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의 한국 개발 스튜디오 총괄 데니 아이작은 "뇌파의 전기적 특성을 이용해 생각만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는 데다 일본에서는 뇌파로 물건을 움직이는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