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3일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이건희 회장을 4일 소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특검 수사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룹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 외에 덧붙일 게 뭐가 있겠느냐"며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 막상 소환된다고 생각하니 당혹스럽고 착잡할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무엇보다 이 회장이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비자금 사건' 이후 13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되면서 그룹 경영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을 염려하는 눈치다.

이 회장의 소환 소식이 해외 언론을 타고 전해질 경우 주요 거래선들의 동요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기업인이 검찰에 소환됐다는 것 자체로 해당 기업인을 범죄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까지 쌓아올린 브랜드 인지도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제기됐던 의혹들이 특검수사를 통해 대부분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 나고 있고,이 회장 소환으로 특검수사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특검팀이 이 회장을 상대로 차명계좌 개설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 회장 소환 소식을 접한 경제계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굳이 소환하지 않고 서면 조사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현재 우리 기업을 둘러싼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활성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인 이 회장이 소환되는 장면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될 경우 삼성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대외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삼성특검 수사 조기 종결을 요구하는 각계 의견이 쏟아졌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원로들로 구성된 '삼성특검반대 국민연대'는 서울 앰버서더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삼성 특검을 조기 종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검팀은 청와대에 '수사기간 연장 사유 통보서'를 보냈다.

15일간의 마지막 수사연장카드를 쓰기로 한 셈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정해진 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할 수 없기 때문에 한번 더 연장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검수사는 본수사 60일과 1차 연장 30일을 쓴 데 이어 15일(2차 연장)을 더 쓰면서 오는 23일 종료된다.

이태명/김정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