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이화여대 총장(60)은 지난 5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차지하기 어렵다는 베이징대학 내 '거점 캠퍼스'를 얻어냈다.

거점 캠퍼스란 베이징에서 연수하는 이대생들이 베이징대학을 학문적 거점으로 삼아 연구와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총장이 1996년 이화여대 여성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현재 베이징대 당서기인 민유 웨이 교수와 맺은 인연이 베이징대와의 협력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총장은 "지금이야 세계 모든 대학들이 베이징대와의 교류를 원하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가 도와주는 게 훨씬 컸다"면서 "그때 여러 모로 도와준 은혜를 잊지 않고 지금 보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두 학교가 공식 협력을 맺은 이후 수차례 베이징대를 방문하며 친분을 쌓았다.

이처럼 해외 명문 대학과의 교류에는 역시 인맥이 성공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 베이징대 등 해외 유명 대학과 손잡고 캠퍼스의 국제화를 도모하려는 국내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명문대와 네트워크를 쌓고 있는 교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명문대의 실력자인 '키 맨(Key Man)'과 연결된 교수들이 학점교류 공동학위제 등 교류협력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외국 명문대의 경우 전 세계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제안을 받지만 결국 안면이 있는 교수가 재직하는 대학을 최종 선택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국제화로 이름을 날리는 푸단대와 국내 중앙대의 인연도 조선족 출신 중국인인 이순녀 교수(35)로부터 시작됐다.

2002년 중앙대에서 국제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국제교류처에서 근무했던 이 교수는 현재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장인 전용욱 교수와 '중국 전문가를 함께 양성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중국으로 돌아간 이 교수는 푸단대 MBA 과정이 생기자마자 이 사실을 전 학장에게 알렸다.

결정권을 쥔 푸단대 총장,부총장,당서기와의 자리도 주선했다.

평소 못하던 술도 한 번에 들이켜며 분위기를 띄웠다.

덕분에 국내 최초로 별도의 입학 허가 없이 1년간 푸단대 MBA 과정을 밟을 수 있는 중앙대-푸단대 MBA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다.

최근 싱가포르경영대학(SMU)에서 3년간 학부를 마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3+2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이끌어 낸 이재규 KAIST 교수(56)도 SMU에서 연구담당 부학장을 지낸 것이 이번 협력 모델 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됐다.

2005년부터 1년여간 SMU 부학장 직을 수행한 이 교수는 "학교 간 협력을 위해선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교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장들끼리의 합의는 쉽게 나올 수 있지만 구체적 실무 분야에서 양쪽의 이해를 따져 추진할 수 있는 믿을 만한 교수의 역할이 크다"고 덧붙였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