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사진=뉴스1
수도권 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사진=뉴스1
한국에서 내 집 마련 대상은 오로지 아파트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숙박시설은 내 집 장만 전까지 임시로 사는 곳 정도로 취급되곤 합니다.

지난해 주택건설실적 통계에 따르면 주택 인허가 물량 38만8891가구 중 아파트가 34만2291가구로 88%를 차지했습니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인허가는 3만1815호로 8.2%에 그쳤고 빌라라고 하는 다세대주택은 8887호로 2.3%, 연립주택도 5898호로 1.5%에 불과했습니다.

2013년만 하더라도 아파트 비중은 63.3%였는데 10년 만에 약 25%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소비자가 아파트를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대규모 전세 사기가 터지니 빌라와 오피스텔 전세 기피 현상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공급이 줄어드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시나 각 지자체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소규모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추진할 때 아직도 빌라나 오피스텔을 공급해야만 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지구단위계획에서 용도 제한과 고도 제한에 걸려 아파트를 건설할 수 없는 지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에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숙박시설 등이 지어지곤 합니다. 겉보기엔 아파트와 비슷하고 전용 84㎡를 포함해 아파텔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수요자들의 외면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주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청량리역 주변을 한꺼번에 개발하면서 중대형 오피스텔이 대거 공급됐습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아파트보다 전용률이 30%가량 떨어지기에 수요가 적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국 내달 입주를 앞둔 한 초고층 오피스텔에서는 분양가보다 2억원 저렴한 매물도 있을 정도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입주를 마친 오피스텔도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여럿 나와 있습니다.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결국 소형이든 중대형이든 아파트입니다. 수요에 맞춰 도시계획을 유연하게 바꿔야 합니다. 종 상향을 통해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게 만들면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공공기여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도시마다 재택근무 열풍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와 같은 MR기가 발전하면 향후 메타버스 근무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업시설도 온라인 쇼핑이 이미 오프라인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언제까지 낡은 도시계획에 의존해 수요 없는 빌라와 오피스텔만 짓도록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오피스를 짓더라도 서울 3대 중심업무지구인 KBD(강남), CBD(종로), YBD(여의도)나 성수, 용산 정도에 집중 배치해야 합니다. 상업시설도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넣게 하기보단 쇼핑타운 형태로 배치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미 첨단 산업에 의해 주거와 업무 형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실에 맞는 새로운 도시계획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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