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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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만 하더라도 집을 안 사 '벼락거지'가 됐다고 부부싸움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그래서 벼락 거지를 탈출하려고 지난해 상반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집을 샀더니, 고금리에 집값이 폭락하며 영끌 거지가 되었다는 뉴스도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영끌했던 이들은 금리 상단이 8%가 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집을 팔아야 하는데, 큰 손해를 봐야만 할 것 같다고 합니다.

본래 부동산은 급격하게 오르지도 하락하지도 않는 시장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저금리 시대가 됐고, 경기 침체 우려로 각국이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하면서 버블이 형성됐습니다. 이제 부동산 시장이 주식이나 코인 시장과 같은 초단기 투기시장으로 변질한 것 같습니다.

몇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경기 침체로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며 집값은 단기간에 폭등했습니다. 은퇴자금으로 임대사업을 하며 생활비 정도만 벌려고 했던 분들은 엄청난 부자가 됐습니다. 저금리를 이용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아 갭투자 했던 분들도 빠른 속도로 부자가 됐습니다.

부동산 버블이 심해지면서 무주택자나 청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벼락 거지 우려가 커졌고 무리한 영끌로 이어졌습니다. 2020년 7월 정부가 청년들의 전세대출 한도를 확대하고 소득 기준도 완화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주거 불안을 느끼던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유입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다세대주택 같은 빌라들이 주거 대용처럼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이 시기 집을 판 분들은 벼락부자가 됐고, 매수했던 분들은 기준금리 상승에 집값이 주저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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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의 원인은 중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으로 곡물 수출이 중단되고 유가가 폭등하며 인플레이션이 시작됐고,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미국이 5% 이상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내년에도 5%가 유지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고금리로 유동성이 회수되며 집값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입니다.

다만 그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시각입니다. 국내 부동산의 경우 거품이 한 번에 제거되는 수준으로 가격이 폭락하며 경착륙 우려가 커졌습니다. 정부는 경착륙이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나섰습니다.

규제가 빠른 속도로 완화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집값 하락이 멈추고 다시 오를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강남의 급매는 사라지고 있고, 1·3 대책 이후 호가가 5억원 이상 오른 지역도 생겼다고 합니다.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시점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대출금리가 8%라 하더라도 대출 없이 전세를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큰 부담 없이 급매로 나온 매물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바닥을 기다리다가는 급매가 사라지고 가격이 올라 원하는 지역과 면적, 층수를 구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분양받는 분들도 주변 시세와 비교해 크게 비싸지 않고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입지라면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다만 또 대출받아 갭투자에 나서려는 분들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당분간 전셋값이 하락할 전망이고 대출 이자도 내년까진 높게 유지될 테니 말입니다.

흔히 주식을 할 때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고 합니다. 최근 주택시장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저점과 고점만 기대하고 있다가는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벼락 거지와 영끌 거지도 타이밍을 놓친 결과입니다.

자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 실수요자는 집값이 내린 지금이 살 시기입니다. 집을 산 이후 가격이 더 내릴 수도 있지만, 바닥을 기다리다가는 기회를 놓칠 우려가 큽니다. 내 가족이 평생 살아도 좋을 입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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