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핵심 프로젝트 더라인 도시 조감도. 사진=네옴시티 홈페이지
네옴시티 핵심 프로젝트 더라인 도시 조감도. 사진=네옴시티 홈페이지
최근 방한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정부는 물론 국내 대기업 총수 모두에게 엄청난 기대감을 주고 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중인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1조5000억원) 규모의 첨단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줬습니다. 실제로도 20여건(40조원)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삼성물산은 모듈러 사업협력과 그린수소개발협력 MOU를, 대우건설은 석유·가스·석유화학 프로젝트 협력 MOU를, 코오롱글로벌은 스마트팜 합작법인설립 MOU를, 현대로템은 네옴철도협력 MOU를, DL케미칼은 합성유공장 MOU 등을 체결했습니다. 사우디가 꿈꾸는 미래 친환경 도시를 한국의 첨단 기술과 공법 등을 총동원해 건설해 줄 수 있다고 약속한 겁니다.

그런데 현재 이 신도시 사업에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상하이·선전 등에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첨단 미래도시를 건설했고 하이난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합리조트까지 건설했습니다. 중동의 많은 국가들에게 중국 기업들이 지을 수 있는 첨단 미래형 도시를 선보일 일종의 모델하우스를 조성한 것이죠.

국내에서도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시 5-1구역 두 곳이 건설되고 있지만, 기존 신도시에 약간의 스마트시티 기술을 접목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국내 신도시도 정작 성냥갑 같은 벽식구조 아파트 위주입니다. 그나마 성냥갑을 탈피한 판교나 인천 송도신도시의 경우에도 미래형 친환경 첨단 신도시를 경험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리고 빈 살만 왕세자가 국내에 머문 시간이 24시간도 되지 않을 만큼 바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종이나 부산에 스마트시티 모델을 만들어봐야 국내용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미래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만들어야 할까요. 바로 용산역 주변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부지)'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과도 가깝고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 등과의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향후 도심항공교통(UAM) 버티포트가 건설되면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어디든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요지입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미래형 스마트시티로 만들면 세계 많은 국가들이 연이어 방문해 한국의 첨단 기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중동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미래 친환경도시 '마스다르'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제다에 높이 1001m 세계 최고층 건물 '킹덤 타워'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뮤지엄 오브 더 퓨처'를 통해 친환경 미래도시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도 만들었습니다. 카타르의 경우에도 2022년 월드컵을 계기로 엄청난 예산을 투입, 수도인 도하시를 세계 최고의 멋진 친환경도시로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중동 각국이 미래형 친환경 도시나 첨단 관광도시를 만드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에는 중동의 산유국 뿐 아니라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와 같은 미래형 첨단도시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건설 역량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세계 정상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견학하고 이는 한국의 해외건설이나 첨단기술 수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코레일이 국내 대기업들과 합작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미래도시 모델하우스를 건설해야 합니다. 초고층 건설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1200m, 250층 규모 랜드마크 타워를 짓고 모든 첨단 모빌리티, 즉 자율주행부터 UAM, 지역항공모빌리티(RAM) 등을 구현해 놓은 수소도시도 구축해 놓을 필요도 있습니다. 네이버 제2사옥과 같은 첨단 로봇친화형 빌딩부터 세계 최고의 스마트팜이나 버티칼팜이 구현돼 실생활에 활용되는 현장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약 6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용산역세권부지를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용도만 정해서 부지를 민간에 분할 매각하면 기존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단지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바로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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