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지노모토 홈페이지
사진=아지노모토 홈페이지
올해 들어 삼성전기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에 총 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LG이노텍 약 4000억원, 대덕전자 역시 약 2700억원을 신규투자하며 FC-BGA 분야 누적 투자액이 약 8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앞선 회사들이 투자하고 있는 FC-BGA(Flip Chip Ball Grid Array)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 데이터센터 서버,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곳에 활용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한 종류입니다. 현재 일본의 이비덴(4062), 신코전기공업(6967), 대만의 유니마이크론이 이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도체 기판에 들어가는 ABF필름(Ajinomoto Build-up Film). 한 회사의 사명이 들어간 전자재료가 대명사로 쓰이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100%에 육박하게 되었습니다. 조미료회사에서 전자재료 사업을 확대하며 굳건한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아지노모토(2802)라는 일본 주식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8월 19일 기준 시가총액 약 20조원에 거래되고 있는 아지노모토는 1800년대 후반, 스즈키제약소와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케다 박사가 1909년 창업한 113년째를 맞는 회사입니다. 5가지 맛 중 하나라는 감칠맛이 다시마에 들어간 글루탐산인 것을 발견하고 여기에 나트륨을 결합해 글루탐산나트륨(MSG)을 만들어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사업부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조미료 식품 사업, 냉동식품 사업, 헬스케어 및 기타사업입니다. 그리고 헬스케어 등의 사업부의 제품을 구분해보면 의료/식품용 아미노산, 바이오파마서비스, 기능머트리얼즈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사업부별 매출을 살펴보면 최근 분기결산 기준 조미료식품 사업 1843억엔(YoY +117%, 매출 비중 57.3%), 냉동식품 사업 608억엔((YoY +115%, 매출 비중 18.9%), 헬스케어 사업 736억엔(YoY +115%, 매출 비중 22.9%)를 기록했습니다. 조미료식품, 냉동식품은 해외 매출 부분이 상승했고, 헬스케어 역시 전자재료, 의약품, 식품용 아마노산이 실적을 이끌었습니다. 매출 비중에 22.9%를 차지하는 전자재료가 포함된 헬스케어 사업부분의 이익기여는 37.5%의 비중을 보였습니다.
아지노모토, MSG에서 전자재료 강자까지 [지민홍의 일본주식 가이드]
조미료 회사였던 아지노모토는 1970년대 전자재료 관한 연구개발(R&D)을 시작했으며, 글루탐산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다루며 필름형태의 절연재료를 개발했습니다. 잉크 형태의 절연재료에 비해 회로 간섭 문제를 효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었고, 1990년대 고성능 PC의 보급과 노트북 시장의 확대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또한, 기존 기판에서 ABF필름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프리프레그(탄소/유리섬유와 같은 섬유 강화재에 액상 합성수지를 침투시킨 시트형태의 중간재)의 약점을 보완하며, FC-BGA기판이 ABF기판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전방산업의 공격적인 투자로 큰 성장의 기회가 보이는 상황입니다.

투자자입장에서 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회사입니다. 아지노모토의 주가는 글로벌 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정 받는 상황에서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기존의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R&D를 통해 전혀 다른 산업에 진출해 독보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체불가능한 소재, 장비, 부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커져가는 전방 산업의 생산능력(CAPA)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지노모토 매출의 약 70% 이상은 여전히 본업인 조미료와 냉동식품 사업에 의해 일어나고 있으며 회사 실적은 두 사업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또 언젠가일지는 모르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주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며 아지노모토의 기존 사업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는지, 전자재료를 포함한 헬스케어 사업 등에서의 성장속도와 신규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지민홍 신한금융투자 한남동PWM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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