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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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란 서로 다른 집단이나 계층들이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지게 되는 현상을 이릅니다. 불균형 성장정책과 분배구조의 악화에서 비롯된 소득 양극화가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이런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격대별 양극화가 대표적입니다. 높은 가격대의 아파트는 계속 오르는데 반해 낮은 가격대의 아파트는 오르지 않거나 낮은 상승률을 보입니다.

양극화되는 아파트시장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데 바로 '5분위 배율'입니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5분위 평균 아파트가격은 가격 순으로 5등분해 분류한 가격을 말하는데 고가아파트과 저가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전국의 평균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2017년 5월 4.7배에서 2021년 7월 현재 8.7배로 벌어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전세 5분위 배율입니다. 마찬가지로 2017년 5월 5.0배였던 전세 5분위 배율은 2021년 7월 7.0배로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들 간의 차이를 고민합니다만, 이런 고민은 유주택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거선호지역과 높은 가격대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부동산 양극화, 불평·체념 보단 '공부'해야 발전합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필연적으로 겪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며 차별을 받지 않을 천부인권과 함께 부의 공정한 분배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생각합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이상향일 따름입니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당하면 화가 납니다. 사회가 양극화와 불평등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평함이 훼손되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분노는 선사시대 사냥꾼이 먹이를 저장할 길이 없어 선택한 생존방법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당시에는 무리 대부분이 식량을 저장하지 않았으며 저장할 능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십만 년 동안 공평하게 나누는데 익숙한 개인이나 집단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오히려 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평한 분배에 대한 믿음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는 겁니다.

양극화와 불평등에 화만 내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사고입니다. 심지어 이런 사고는 수렵 채집인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망상에 불과합니다. 먹이를 저장하지 못했던 즉 자산축적이 불가능한 시대로는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의 덫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은 10년 이상 주거의 권리가 보장됩니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인 보장이 본인의 자산형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0년을 임대아파트에서 편안하게 거주하는 동안 자산가격은 터무니없이 많이 올라있을 겁니다. 다시는 집을 살수도 없고 자산을 모으기도 불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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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세입자의 권리라고는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게 되면 4년동안 자산투자시장에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2017년 아파트 가격과 현재의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결과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판단하실 수 있을 겁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경제학자인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은 그의 저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에서 불평등이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켰는지 그리고 자본주의가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나라를 절대빈곤에서 탈출시켜 지구적 관점에서 불평등을 완화시켜 왔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자극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체념이나 비난은 해답이 아니고 끊임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늪일 따름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합니다. 먼저 행동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알아야 합니다. 자산투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부동산, 금융관련 투자서적들을 섭렵해야 합니다. 유튜브 중에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도움됩니다.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특징은 게으르고 편향된 정보만을 본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된 자산투자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종자돈은 필수입니다. 투자에 대한 마인드가 정립되면 종자돈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부동산에서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거나 개업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아보는 것이 될 겁니다.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투자를 하게 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소액으로 그리고 내 집 마련 등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타깝게도 고령화로 인해 이런 행동이 한 번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투자가 습관화되고 생활화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전 투자에 대한 복기(復碁)도 중요하겠지요. 실패만큼 도움이 되는 스승은 없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얻고 행동으로 옮기고 이를 습관화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 모두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덫을 걷어찰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들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인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은 ‘집값’과 ‘전세 값’ 원상회복을 외치며 거리 시위에 나섰습니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를 욕하면서 거리로 나서거나 악의적인 댓글을 쓸 시간에 뭐라도 공부를 해보길 추천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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