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재 영입 왜 실패하는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상황 1] 제 인생의 지우고 싶은 순간입니다
A차장은 입사부터 11년 동안 HR부서에서 채용, 보상, 평가, 조직장 인사를 담당하며
HR 전반을 이해하는 회사에서 몇 안 되는 뛰어난 HR 담당자였다.
회사에서는 부장 승진을 위해서는 해당 직무 자격증 1개와
토익 800점 이상의 조건이 있었다.
이미 상담사 자격증과 SPHR자격증을 갖고 있었지만,
영어점수는 800점을 넘지 못해 스트레스를 조금 받고 있었다.
헤드헌트로부터 A그룹의 HR기획팀 팀장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면접에 응해 합격하였다.
첫날, 회사를 출근하니 책상에 아무것도 없고 팀원은 사원 2명뿐이었다.
담당 임원과 인사하고, 인사실의 다른 팀을 보니,
HR운영팀은 12명, 인재육성실은 8명, 노사협력팀은 10명이었다.
업무는 HR중장기 전략과 제도 수립이었다.
사원 2명은 생산과 영업에서 금번 배치받은 입사 2년차였다.
A팀장은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5년간의 재무제표를
각각 전략팀과 재무팀에 요청했으나,
대외비라고 와서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료를 전송할 수는 없다고 한다.
HR기획팀은 신설 조직으로 회사 내 인지도도 매우 낮은 상태였다.
A팀장은 인사실장의 ‘1달 이내에 회사의 HR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라’는
지시에 암담하다.
팀원들은 HR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변에서는 도움을 주기보다 어떻게 해내나 관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 회사의 중장기 전략 자료를 살피며 큰 방향과 전략
그리고 목차를 팀원에게 주었지만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말들이 없다.
직접 팀원들과 상황 분석부터 작업을 수행하는데 생각도 의견이 없다.
A팀장은 1주도 되지 않아 더 이상 회사를 다니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상황 2] 자신의 성공 경험만 주장하는 김상무
성장일변도로 달리던 제조기업인 A그룹은 작년부터 성장이 주춤해지고
조직 간 공유와 협력보다는 단기 실적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그룹 회장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그동안 내부 승진만 해온
인사실장을 외부 영입으로 전환하여 김상무를 스카우트했다.
김상무는 수평적 조직과 소통을 강조하며,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직급체계의 단순화였다.
7단계의 직급체계를 4단계(매니저-팀장-실장-CEO)로
축소하여 사원부터 부장을 전부 매니저로 통일했다.
임원도 전부 실장으로 통일했다.
호봉제는 전부 연봉제로 전환하였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으로
근속연수를 무시하고 성과에 따라 큰 보상의 차이를 가져가게 하였다.
급격한 변화에 조직과 구성원 사이의 동요가 일어나고,
자신보다 10년 어린 직원들에게도 매니저란 호칭을 듣고,
낮은 평가를 받으면 큰 폭으로 연봉으로 떨어지니 불만이 확산되었다.
경영층은 결국 회사의 철학과 관행을 무시하고
급진적 개혁을 추진한 김상무를 해임시키고
내부에서 인사 업무를 수행해 온 이팀장을 인사실장으로 위촉하였다.

외부 인재 영입 시, 이것을 꼭 지켜야 한다.
첫째,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입하고자 하는 직무가 무엇이며,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어떤 직위, 역량, 성격,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에 합당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지원자의 과거 해온 경험과 성공 사례들을 세심히 살펴 선발을 결정해야 한다.
이에 앞서 내부 인재가 있는가 사내 공모 또는 인사위원회를 통한
내부 검증이 필요하다.
내부 인재가 할 수 있는 일을, 외부 인재를 선발하여 진행하는 것은
낭비와 불만을 초래할 뿐이다.
내부 인재가 없으면 필요 직무에 대한 명확한 기술서를
지원자에게 제시하여 업무에 대해 사전 충분히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직무 수행 역량도 중요하지만, 지원자의 열정을 살펴야 한다.
대기업에서 성과를 냈던 사람이 중소기업에 와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스템과 낮은 역량 수준의 직원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채용과 관련하여 인터넷 기반의 채용시스템을 활용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전부 수작업을 해야만 한다.
대기업의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어학, 직무 역량을 갖추고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가 세분화되어 있고, 직무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
대안 설정과 최적안 도출 등의 프로세스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직원들은 업무범위도 다양하고 포괄적이다.
깊이 보다는 많은 업무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
대기업 수준으로 생각하면 일을 진행할 수 없다.
이럴 때마다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고
담당자 수준이 낮다고 불평하면 일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뛰어넘는 열정이 없다면 오래 근무할 수가 없다.

셋째, 기업의 지원이다.
직책자로 외부 영입을 했을 경우, 내부 직원의 불만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하지만, 경영층이 영입한 인재를 어떻게 배려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회사의 사업/ 제품의 프로세스와 연혁/ 제도와 문화에 대한 설명,
중요 직책자와의 만남 추진,
왜 외부 영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전 내부 공감대 조성,
뛰어난 내부 직원의 배치, 매월 간담회, 작은 성공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여
성과를 인정해 주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외부 인재를 잘못 영입하면, 조직도 본인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내부에서 성장한 직원들의 승진의 꿈을 앗아 가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이들이 새로 영입한 사람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 영입된 사람도 충분한 각오를 하고 길고 멀리 보며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