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인생 7막’이라고 했다. “세상은 온통 하나의 무대이니, 세상의 모든 사람이 배우로, 인생의 무대에 입장하고 퇴장한다. 일평생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으니, 나이별로 인생은 7막”이라고 [뜻대로 하세요]에서 말한다. 1막은 ‘보채는 젖먹이’, 2막은 ‘징징거리는 학동’, 3막은 ‘용광로 같은 연인’, 4막은 ‘표범 같은 군인’, 5막은 ‘엄격한 판관’, 6막은 ‘늙은 어릿광대’, 7막은 “제2의 유아기요, 그야말로 망각의 시간이로다”라고 읊었다.

3M 계열 이메이션코리아 전 대표이자 늘 누구보다 한발 앞서서 솔선수범하는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브랜드마케팅그룹 회장을 만났다. 그는 경영학 박사, 공연예술학 박사, 디자인학 박사수료,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국세청 홍보자문위원회 위원, 한국마케팅협회 부회장, 한국소비자포럼 기업위원장, 서울브랜드포럼 회장 등 ‘브랜드 마케팅’의 대가로 불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이야기가 ‘학습지능’이었다. 이장우 박사의 인생 5막을 따라가 보자.
[윤영돈 칼럼] 학습지능이 그 사람의 실체다! - 브랜드마케팅그룹 이장우 회장
1막 몰입 : 가장 좋은 스승은 인스턴트 교육이 아니라 유기농 교육을 한다!

포항 바닷가에서 자란 이장우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아니었다. 하나 남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푹 빠지는 습관이 있었다. 만화책으로 다독 속독을 배웠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도 되지 않았지만 중학교 때부터 노력하기 시작했다. 사춘기 때 대도시 대구에 갈 여력도 안 되어서 자포자기로 방황을 하다가 상업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다. 마케팅 쪽에 밝게 된 것도 그 때 배운 수치 능력 덕분이다. 머리가 좋지 않지만 코피 터지듯 하는 노력파였다. 이장우 박사는 말한다. “원래 영어단어도 외우는 것은 못 했는데, 전공에서 영어를 푸욱 빠져서 많이 하다 보면 잘하게 되더라고요. 머리도 쓸수록 느는 거죠. 오랫동안 한 사람이 잘 하는 것이지 결코 머리 좋은 사람이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제가 젊은이들에게 강조하는 철학입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인생의 최고 선택은 경제학과를 쳤는데 떨어지고 영문학과로 가게 되었어요. 어쩌면 언어학습력을 기른 것 그때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언어를 알아야 세상을 알 수 있어요.” 학교보다 전공이 중요하고 스펙보다 역량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 시골에서 학교에 다녔으니까 다른 사람보다 느렸죠. 영문과 출신이 아니라 법대 출신 선생님께 배웠어요. 발음도 멋대로였지만 아무 상관 없었어요. 오히려 그게 더 저에게는 좋았어요. 선생님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수 있어요. 선생이 떠먹여 준다고 좋은 것이 아니죠. 자기 생각을 자를 수도 있습니다. 최고로 좋은 선생은 내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선생이에요. 엄밀하게 따지면 답을 찾아주는 선생은 빵점이고 일회성 ‘인스턴트 교육’이에요. 진정한 스승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유기농 교육’에요. 많이 알려주는 선생이 아니에요. 방향을 제시하고 내 영감을 깨워주고 내게 깨우침을 주는 스승이에요. 내가 넥스트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끄는 스승이에요.” 질문이 아니라 의문을 품을 수 있게 하는 스승이다. 대학생 이장우는 에스페란토어도 배우고, 타임 반에서 발표도 하고 놀았다. 군대 사령부에서 행정병으로 갔다 와서 열심히 정신 차려서 첫 직장 3M에서 세일즈맨으로 시작했다.

2막 아이디어 : 싱글브랜드만 고집하지 말고 멀티브랜드로 살아가라!“지금은 ‘이장우’하면 ‘브랜드 마케팅’을 하니까 처음부터 멋들어진 업무를 맡았거니 생각해요. 힘들고 궂은일을 많이 했어요. 기업 회장들이 ‘대학에서 왜 쓸만한 인재를 보내주지 않느냐!’고 인터뷰하는데 회사에 오면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실무역량을 성토하지만 반대로 기초역량이 부족하면 더 큰 일이 나죠. 대학이 직업양성소가 아닌 이상 여기저기서 활용할 수 있는 기초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대학생 때는 여러 가지 방황기도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입사원에게는 실무역량보다 기초역량이 튼튼한 인재를 글로벌 기업일수록 선호한다고 한다.

이장우 박사에게는 인생 1막을 3M, 이메이션코리아, 등 직장인으로 27년을 보내고, 인생 2막을 ‘아이디어 닥터’로 코리아화장품 등 여러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으면서 브랜드마케팅그룹 회장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인생 3막으로 ‘강연여행가’로 유럽, 인도 등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강연하고 있다고 했다. 쉽게 인생의 막 하나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역시 착각일지도 모른다.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닫힌 문을 바라보느라 막 열린 행복의 문을 바라보지 못한다.” 헬렌 켈러의 말이다. 이장우 박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기업 CEO도 퇴사하면 그렇게 연락했던 사람이 연락 끊죠. 회사 브랜드였지 개인 브랜드가 아니었던 거예요. 사람들이 퇴직 후 공황을 겪는 것은 조직 브랜드와 개인 브랜드를 헷갈려서입니다. 과거의 집착하는 거죠.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족쇄가 되는 것입니다.” 이장우 박사는 조직 브랜드에 의지하지 말고 개인 브랜드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엄밀하게 일은 나누어지지 않아요.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인도 명상 여행을 했고 지금 스웨덴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꿈은 단수이지만 나이 들어서는 꿈은 복수죠. 멀티플레어입니다. 싱글브랜드 회사와 멀티브랜드 회사가 경쟁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떨 때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싱글브랜드 회사가 힘이 모아지니까 이기죠. 반대로 다양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의 흐름에서는 멀티브랜드 회사가 더 유리해질 수도 있어요.”
[윤영돈 칼럼] 학습지능이 그 사람의 실체다! - 브랜드마케팅그룹 이장우 회장
3막 언어학습 : 언어는 세상을 보는 창문이다!

“언어는 세상을 보는 창문이죠. 세상을 보는데도 격이 있어요. 언어가 곧 문화니까요. 어느 나라가 가서 사는 것보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그 나라 사람을 이해하는데 빨라요. 한국 사람이 미국에 10년을 살아도 영어를 안 쓰면 미국을 안다고 하기 어려워요. 한국에 살아도 영어를 배우고 꾸준히 이태원에서 미국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면 미국을 안다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필(Feel)이 빨리 오지 않지만 어느 수준이 넘으면 다른 언어를 배울 때 필(Feel)이 빨리 와요. 언어 학습능력 쪽으로 딥러닝(deep learning)이 형성된 거죠.” 모국어에 따라서 언어 학습 난이도가 다르다. 한국인은 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빨리 배우는 데 비해 영어 학습을 힘들어하고, 미국인은 스페인어는 빨리 배우는 데 비해 한국어 학습을 힘들어한다.

“저는 20개국 언어를 배우는 게 꿈입니다! 지금 10번째 언어 스웨덴어를 배우고 있어요. 이 세상을 배울 때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빠른 것이 없어요. 예를 들어서 북유럽을 다녀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이케아, H&M, 마리메꼬, 레고 다 유명한 브랜드 알잖아요. 제대로 아는 것 같죠. 아니에요. 산 적도 없고 지금은 스웨덴 언어를 배우니까 그게 다시 보여요. ‘언어’라는 것이 바로 모든 것이 연결고리예요. 인간은 그림보다 언어가 더 중요해요. ‘경제’라는 것은 한번 배우면 그것으로 다른 것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언어’는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저에게 가장 강력한 축이 있다면 언어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언어를 시험으로 배우면 안 돼요. 언어는 문화로 배워야 합니다.”

“4차 산업시대 이럴수록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을 뽑아야 한다. 선배가 해놓을 것만 하는 사람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독특함을 가져야 해요. 선배의 생각만 따라가지 말고 생각을 다르게 해야 하죠. 인생은 한 끗 차이입니다. 유니크함이 있어야 해요. 내 나이는 원래 슈퍼아날로그 세대죠. 하지만 열심히 SNS를 배웠습니다. 슈퍼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스티브 잡스 같은 상상력을 가져야 하거든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융합할 때 슈퍼그레이트 인재가 형성되는 것이다.

4막 브랜딩 : 세상의 주인공은 나지만 결정은 남이 하죠

“세상의 주인공은 나지만 결정은 남이 하죠. 내가 아무리 잘 나면 뭐해요. 그렇게 페이스북에 울분을 토하는 거죠. ‘왜 나를 몰라죠. 나 이렇게 잘하는데 좀 알아 줘.’ 아우성을 치죠. 하지만 다른 사람은 바쁘니까 관심 없죠. 내가 없어진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군대가 가서 배웠어요. 군대 3년 복무하고 왔는데 세상은 너무 잘 돌아가죠. 이놈의 세상! 내가 없으면 폭삭 망해야 하는데 더 잘 돌아가는 거예요. 그때 다른 사람이 나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경험을 알게 되었어요.” 자신을 브랜딩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원래 불혹은 사십이죠. 요즘 불혹이 육십이라고 해요. 젊은 사람이 너무 깨달음이 일찍 오면 인생이 피곤해요. 젊은 사람은 경험을 많이 하려면 일찍 깨달아서는 안 돼요. 100세 김형석 교수님처럼 끊임없이 배워야 하죠. 저는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얻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 10%밖에 안 돼요. 손으로 쓰지 않으면 모르는 거예요. 저는 커피, 초콜릿, 티, 마카롱, 컵케이크, 수제 맥주, 치즈, 수제 구두, 실버 쥬얼리, 등 계속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 보다 EQ(Emotional Quotient, 감성지수), 이제 LQ(Learning Quotient, 학습지수)가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학습지능(Learning Intelligence)이 나이가 먹을수록 필요해요.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에게 갇힐 수 있어요. 세상이 바뀌길 바라지 말고 아주 간단하게 내가 바꿔야 해요. 내가 안 바뀌니까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겁니다.”

인생 5막은 진짜 학습이 시작하는 러닝의 순간이다.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의 인생 5막을 응원한다. 다른 사람의 영혼 힐링을 하기 위해 인도에 다녀왔다. 때가 되면 다른 것을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 삶이 가벼워지고 열정이 생긴다. 인생의 가방에서 좀 더 유연해질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인생의 어느 막에 있는가?

윤영돈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