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해외영업이 답이다 -무역 창업은 동업으로 시작하라
창업에 관한 강의를 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동업하라!’

그런데 우리는 동업에 대하여 너무나 부정적이다. 하지만 동업을 해서 성공한 케이스는 많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애플’도 동업으로 시작했고, LG도 동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동업의 어려움, 폐해 그리고 망한 사례를 숱하게 들었고, ‘한국 사람은 각자 욕심이 많아서 동업은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욕심이 많아서 동업에 실패하는 게 아니라, 동업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실패했던 것이다. 그 방법을 알고 잘 실행한다면 동업은 매우 유용한 창업 수단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자기 능력에 맞게 모으면 전체적으로는 제법 큰돈이 된다. 그럼 좀 더 규모 있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사업은 자금이 흘러야 기술과 아이디어도 흐를 수 있다. 돈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본, 기술 그리고 아이디어가 결합되면서 서로가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동업자들도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서로 다른 경험과 성격을 가진 동업자들의 검증을 거칠 수있게 되면서 독단적이고 무모한 결정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동업이란 위험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제각각의 일을 제일처럼 할 동업 종업원을 구할 수 있으니 인력관리 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다.



오래 전 파나마에 있을 때였다. 한국의 사무용 가구인 ‘퍼시스 (Fursys)’를 수입하는 두 유태인 청년이 있었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으로 동업을 하여 회사를 창업하였는데, 창업자금은 형제인 두 사람의 부모가 도움을 주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사업을 잘 할 수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바람직한 형태의 동업이었다. 두 사람이 사촌지간임에도 불구하고 역할분담이나 지분분담에 대한 두툼한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이 Fursys Panama는 당사자로 보면 사촌지간, 가족으로 보면 형제지간의 동업인 셈이었다. 이들은 돈만 동업하는 게 아니라 부모로부터 사업의 경험까지 공유하는 동업이다. 양가 부모들이 수시로 이들에게 사업에 대한 그들의 노하우와 조언을 해주니 실패하기도 어렵다. 설령 한두번 실패한다고 해도 그게 양 쪽의 부모들이 비용을 부담하니 충분히 다음 사업을 도모할 수있게 된다. 아니 이처럼 유태인들은 잘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동업이 보기 드물지 않은 데, 왜 유독 한국에서는 ’동업은 안되!‘라고 한다. 하지만 동업이 갖고 있는 잇점은 정말 많다.



‘동업하라’를 쓴 신용한은 동업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오늘 날 비즈니스의 성공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통상 이 능력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해도 혼자서 이 모든 복잡함에 대처하기란 역부족이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보다는 때로 불편하고 복잡할 지라도 파트너와 문제해결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동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동업은 개방, 공유, 협력이라는 글로벌시대 정신과도 맞닿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동업이라는 영리한 해결책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사람은 동업을 유별하게 싫어할까?’

그 것은 분명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 우리는 끝까지 같이 간다. 그러니 째째하게 계약서같은 것은 필요없다’라는 게 동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형태이고, 동업이 깨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동업하라’에서 예로 든바와 같이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통해 글로벌공연제작자로 발돋움을 한 PMC프로덕션의 송승환, 이광호대표도 15년째 동업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출신인 송대표는 처음부터 기획과 제작에만 전념했고, 이대표는 경영, 회계, 관리부문을 맡았다. 이렇듯 각자의 장점을 살려 철저하게 업무를 나눈 후, 두 사람은 지금도 서로의 분야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방식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동업의 핵심은 ‘분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영리하게 분업을 했기에 ‘사업궁합’도 맞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성공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따로 또 같이‘가 동업에서만큼 위력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도 별로 없을 것이다. 역할분담의 중요성은 단순히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 시너지효과가 발휘된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철저한 역할 분담자체가 동업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보완해준다는 점이다. 이런 역할분담도 매우 중요하지만 동업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자금의 문제도 많이 풀어준다. 동업자들이 동등한 금액을 투자하고, 동등한 지분을 가질 수도 있다. 아니면 아이템.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여 파트너를 찾아 동업할 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다. 동업자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식의 공유와 활용 또한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과 동업을 하는 게 좋을까?

내 생각에는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나는 일을 벌리자는 성격이라면, 다른 한편은 될수록이면 차근차근히 일을 해가자는 식이다. 그러니까 영업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관리 마인드를 가진 사람, 성격이 급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 등등. 2000년부터 2003년은 양말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던 시기였다. 기계 6대에 공장건물도 변변치 않을 때, 유럽에서 양말오더는 그야말로 팍팍 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성장의 기간이 적어도 5년정도는 갈 것으로 예상했고, 그 기간내에 양말로서 사업의 자리를 확고히하고자 공격적인 투자를 하였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때 나에게는 ‘으싸, 으싸’해주어가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아닌, ‘이제는 그만 해!’하고 멈추어 돌이켜 보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리 나로서도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영리하게 경영을 한다고 해도, 역시 혼자하는 생각은 짧다. 지금도 그 때 나의 브레이커가 있었으면 좀 더 잘 할 수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 ‘필맥스’가 한 15여년의 과정을 보면 이런 동업적인 부분도 상당히 있다. 바이어는 해외에서 판매하고, 공장은 생산을 하고, 자금과 기획은 내가 하고.



해외 시장을 바라보는 젊은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면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우선 이들의 경험의 폭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넓다. 그저 시험 공부만 열심히 해서 성적만 좋으면 왠만한 회사에 들어가던 때와 지금과 비교하면 도무지 비교가 안될 정도이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역사상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세대’가 지금의 세대이다. 해외 여러 나라에 친구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능력도 뛰어나다. 마음만 먹으면 대여섯 나라를 당장이라도 뛰어다니며 영업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능력이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만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 일, 특히 온 세상을 대해야 하는 무역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미국 사람 다르고, 중동사람 다르고, 일본사람 다르다. 동업을 한다면 유럽파트와 중동 파트를 나누어 담당할 수있다. 성격이 활달하고 외국어에 능한 사람은 해외 영업을 하고, 꼼꼼하고 치밀한 사람은 관리를 맡게 하면 된다. 게다가 자금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는 데 그 많은 돈을 젊은 사람이 혼자 만들기도 어렵지만, 설령 몇 사람이 모였다고 하더라도 어렵다. 그걸 동업하는 사업가들의 집안에서 십시일반으로 한다면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고, 부모로서는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다.



실패한 동업이 되지 않으려면….

동업, 새로이 창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늘리고 위험을 줄이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다만,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 것을 체계화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 동업에 대한 편견을 바꿀 때가 되었다. 그 성공사례를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고, 또한 그 실패한 사례와 분석 또한 얼마든지 있다. 그 것을 창업자들이 나름대로 체계화하면 동업자간의 마찰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면서 갈등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우리도 유태인들처럼 처음 시작할 때 동업계약서를 쓰면 된다. 흔히 우리가 동업이 깨지는 것은 계약서 문화가 널리 퍼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잘될 때는 별 문제가 없고 왠만한 것도 ‘그래, 그래~’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는 조그만 꼬투리도 눈엣 가시가 되게 돼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하여 철두철미하게 세세하게 상상할 수 있는 사항들을 계약서에 적어놓는 것이다. 그건 우리가 나빠서라면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가 너무 사람이 좋아서 못했던 일이다. 이제 우리도 조금은 그들을 닮아보자. 유대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그리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동업계약서가 없이는 일을 같이 해서는 안 된다. 그건 누가 더 갖고 덜 갖고의 문제 때문에 동업이 깨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일을 잘할까 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틀리기 때문에 깨진다. 예를 들면 김 사장과 박이사, 두 사람이 동업을 해서 김사장은 영업을 하기로 하고, 박이사는 관리를 하기로 하고 둘이서 5천만원을 모아 사업을 시작하였다. 역할 분담을 하고 직위에 대한 불만도 서로 없다. 대외적으로 나설 사람이 사장의 직함을 갖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김사장 영업을 하면서 행운이 따라서 중동에서 100만불(대충 10억원)어치의 주문을 받을 일이 생겼다. 이럴 때 박이사가 혼쾌히 그 주문을 받자고 할까? 십중팔구 관리담당 박이사는 그런 주문받지 말자고 한다. 5천만원짜리 회사가 10억원짜리 주문을 감당하려면 적어도 5억이상은 빚을 져야하는데, 박이사는 회사의 자금 관리상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령 두 사람이 외부에서 돈을 끌어올 능력이 있다고 하여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그런 오더를 받아 본 적이 없고, 그게 잘못될 경우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건만 잘 해결되면 사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고, 이 바이어로부터 반복될 주문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김사장은 어떻게든 만들어보자고 할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김사장과 박이사는 서로 헤어지기로 한다. 그럼 어떻게 헤어져야 할까? 그 문제를 미리 계약서에 써놓으라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걸 미리 상상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니 계약서를 만들지 못한다. 그게 없으니 헤어지지 않을 일도 헤어지게 된다. 아마 무역을 창업할 정도면 이미 해외에서 동업하여 성공한 사례들을 수없이 봐왔으니 동업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여기지는 않겠지만, 계약서를 쓰는 과정은 어려울 수도 있다. 아무리 서양을 많이 다녔다고 하여도 서로 간에 얼굴 붉히며 계약서의 세세한 사항을 토론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동업계약서에는 사업의 내용, 출자의무 및 지분 비율, 이익 배당의 시기와 방법, 동업 관계의 존속, 계약 불이행시 처벌 사항, 관계의 청산 등에 대하여 적어 놓아야 한다.



무역 창업은 언제나 누군가는 나라 밖에 있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안에서 일을 관리하고 해결할 사람이 꼭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받은 주문에 대한 제품의 생산관리, 구매관리, 재무 관리 등은 영업과는 또 다른 성격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걸 혼자 다 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성격, 취향,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동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자금부담의 위험까지 줄여준다. 이전에 선배들이 못했다고 젊은 창업자들이 못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든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 칼도 잘 쓰면 요리하고 못쓰면 사람을 해한다. 동업도 마찬가지이다. 얼마든지 잘 쓸 수 있고,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이다. 그리고 동업자는 서로의 인간적 친밀함보다는 내가 부족한 면을 잘하는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