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한 미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도 미생 못지 않는 시청률 1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생의 인기비결은 무엇보다 현실의 반영 또는 현실의 축소판으로 보는이의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본 수많은 직장인은 홈페이지에 댓글을 달았다. 주인공 ‘장그래’는 어려서부터 바둑만 두어 온 바둑 연구생이었다. 남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나이에 바둑 프로에 입단에 실패하자 ‘지인의 힘(빽)’을 통해 원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 2년 계약직으로 취업을 한다. 기업 활동이나 조직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문한 장그래가 매일매일 상사들에게 깨지고 잘난 동료들에게 상처받는 모습을 본 20~40대 직장인들은 “내 얘기 같다” 혹은 “우리 회사에도 저런 똑 같은 사람 있다”라면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런데 만약, 주인공인 ‘장그래가’ 완생이라는 컨셉으로 나왔다면 우리는 그렇게 공감하며 그를 응원했을까? 지나치게 완벽한 삶은 삶을 건조하게 만든다. 때로는 작은 실수와 틈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돋보이게 하고 다른 이들을 위한 여백을 남겨놓는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F.P 슈베르트가 25세에 작곡한 교향곡 제8번으로서 제 1, 2 악장만 완성되고, 제 3악장은 초고 단계에서 작곡이 중단되어 미완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낭만적 정서가 담겨 있는 멜로디, 화성, 악곡의 구성법 등으로 슈베르트의 최고의 교향곡이라고 한다.

​이처럼 미완성은 다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어 있기 때문에 보다 완벽하고 보다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갈대가 속을 비운 것도 꺾이지 않고 휘기 위해서다. 사람의 마음도 다 채워 놓으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가득 채운 자는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계속 채워 놓기만 하면 결국 썩게 마련이다.

<자치를 위한 투쟁>을 쓴 미국의 유명 언론인인 링컨 스테펀스(Linchln Steffens)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끝난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가장 위대한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고, 가장 위대한 희곡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으며, 가장 위대한 시는 아직 읊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에 완생은 없다. 다만 완생으로 가기 위한 과정만 있을 뿐이다. 아직 미완성의 그림, 희곡, 시 밖에 없다, 아직 위대한 그림, 희곡, 시는 없다. 피카소가 위대한 그림을 완성시킨 완생이라면 오늘날 우리는 왜 그림을 그리겠는가(피카소의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도 미완성된 작품이다). 피카소보다 더 위대한, 더 완전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처럼 완생은 없다. 완생으로 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글. 경영평론가 정인호 /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