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는 경영학박사 겸 경영평론가다. 주요 저서로는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리더 포비아』, 『하버드대학 세계 고전』,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 『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호모 에고이스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협상의 심리학』, 『다음은 없다』, 『HRD 컨설팅 인사이트』,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등이 있으며 협상전문가, HR 컨설턴트, 강연가, 칼럼니스트, 경영자, 전문 멘토, 작가로 활동 중이다. http://www.ggl.or.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뒤, 지난 7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휴전을 두고 승리를 선언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완전하고 완벽한 승리다. 100%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연 미국은 승리했을까?역사는 이 질문에 대해 여러 번 경험해 왔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전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에게 “우리는 승리 외에 다른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정말 승리했을까? 부시 대통령은 그렇게 주장하려 했다. 그는 항공모함 위에서 “이라크 전투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승리했다”는 연설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선언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라크 전쟁은 그때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부터 길고 고통스러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침내 종전을 선언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 사이 민간인 15만 명과 군인 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전쟁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승리’라고 부른 것은 극히 제한된 순간의 군사적 우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짧은 승리를 위해 치른 대가는 압도적으로 컸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아프가니스탄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2001년 시작된 이 전쟁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고, 미국은 테러 조직을 약화시키고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1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장악하면서, 그동안의 희생과 투자가 무엇을 남겼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끊임없이 승리를 선언하는 걸까? 전쟁은 본질적으로
오늘날 우리는 어느 때보다 ‘진짜’를 많이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SNS에서는 “가식 없이 살자”, “진짜 나답게 살자”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소비된다. 기업은 브랜드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개인은 ‘솔직한 나’를 표현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진정성이 넘쳐나는 듯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오히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모두가 진짜라고 말하는 순간, 진짜는 오히려 더 희귀해지기 때문이다.이 모순을 가장 날카롭게 분석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에게조차 거짓말을 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우리가 흔히 하는 “어쩔 수 없었다”, “환경이 그랬다”,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말 속에는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교묘한 자기기만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사르트르는 인간을 “자유에 저주받은 존재”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국적, 계급, 시대, 신체 조건 같은 출생의 조건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조건 속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심지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겠다는 태도조차 하나의 선택이 된다. 인간은 결국 선택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존재다.문제는 이 자유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자유는 해방감보다 먼저 책임과 불안을 동반한다. 내가 내린 선택은 단지 개인의 결정에 머물지 않는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선택이 “모든 인간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선언하는 행위라고 보았다. 내 삶의 방식은 곧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에 오랜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든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전통적인 영화감독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주목받는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 특유의 유머와 편안한 말투로 대중과 소통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그의 매력은 단순한 유쾌함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가는 촬영 현장을 들여다보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영화 촬영 현장은 거대한 배에 비유된다.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스태프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감독은 그 배의 선장 역할을 한다. 이처럼 강한 위계가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작은 실수에도 고성이 오가거나 긴장감이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영화계에서는 “촬영장은 전쟁터”라는 표현이 관행처럼 쓰여 왔다.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이러한 관행을 바꾸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라는 작업 자체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화를 내며 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그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핵심 스태프들을 따로 불러 모아 한 가지 약속을 제안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서로에게 화를 내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한 선언이 아니라 창작 환경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원칙이었다.이러한 태도는 조직행동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안전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 개념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제시한 것으로, 구성원이 질문을
직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동료와 상사의 평가와는 다르게, 스스로에 대한 확신만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 우리는 이를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로 설명한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숙련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인지 편향이다.이 이론은 1999년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의 연구에서 체계적으로 검증됐다. 그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리, 문법, 유머 감각 등을 평가한 뒤 “자신의 성적이 상위 몇 퍼센트에 해당할 것 같은가”를 스스로 예측하게 했다. 결과는 극명했다. 하위 25%에 속한 학생들은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했고, 상위 25% 학생들은 오히려 자신의 순위를 실제보다 낮게 예측했다.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무능을 알아볼 능력조차 부족했고, 유능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이 효과의 출발점이 된 사건은 다소 황당하면서도 상징적이다.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은행 강도를 저지른 맥아더 휠러는 복면도 쓰지 않은 채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얼굴에 레몬주스를 바르면 CCTV에 찍히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레몬주스가 편지에 쓰이는 ‘투명 잉크’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어설프게 알고 있었고, 그 원리를 카메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종이에선 열을 가해야 글씨가 드러나듯, 카메라 역시 자신을 포착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안타깝게도 카메라는 그의 믿음을 따르지 않았다. 체포된 뒤 그는 “레몬주스를 발랐는데 왜 보였느냐”고 진심으로 되물었다. 무지는 단순한 정보의 공백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시즌2〉로 단숨에 주목받는 인물은 한식 조리기능장 임성근 셰프였다. 이후 그는 다양한 방송과 인터뷰, 미디어 콘텐츠에 잇달아 등장하며 한식의 정수를 구현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말보다 묵직한 손끝, 유행보다 기본을 중시하는 태도,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은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단순한 요리사를 넘어, 한국 요리의 깊이와 품격을 상징하는 인물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의 과거가 다시 조명됐다. 자신 스스로 과거 음주운전 사실이 있었음을 털어놓았지만, 논란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사실 자체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은 대중의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실망했고, 충격을 받았으며, 어떤 이들은 배신감을 표현했다. “그럴 줄 몰랐다”는 반응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부여했던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의 심리적 충격이었다.심리학은 이 현상을 ‘후광 효과의 배신’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과 성취가 그의 도덕성까지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질 때, 우리는 사실보다 더 큰 실망을 경험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실력, 성공, 성취를 보며 그의 인격까지 완성된 형태로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깨지는 순간, 사실보다 더 큰 감정적 붕괴를 겪는다.이러한 현상은 특정 인물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역사 속 인물들을 살펴보면, 후광 효과의 배신은 반복되는 인간사의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아동 교육과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인간 존엄의 가치를 설파했다. 그는 아이
조직 운영의 과정에서 리더가 마주하는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누구도 원치 않는 업무를 누군가에게 배정해야 할 때다. 실패의 위험이 크거나, 보상은 불확실한데 책임만 막중한 이른바 ‘폭탄’ 같은 과제는 조직 내 갈등의 도화선이 된다. 대개 리더들은 이때 일의 중요성을 역설하거나 미래의 성장을 약속하며 설득에 나선다. 때로는 “조직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지위적 권력을 동원해 상황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할당된 업무는 대개 최소한의 노력과 책임 회피, 그리고 깊은 냉소로 귀결되기 마련이다.문제의 본질은 구성원의 열정 부족이 아니라 그 일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경로’에 있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선택한 일에는 의미를 부여하고 몰입하지만, 강요된 일에는 본능적으로 거리를 둔다. 따라서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은 단순히 동기를 주입하는 기술이 아니라 구성원이 주어진 현실을 ‘자신의 일’로 인식하게 만드는 환경 설계 능력이다. 업무 자체는 조직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었을지라도, 그 일을 풀어가는 방법이나 순서, 접근 방식 중 단 일부라도 구성원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이 일을 하라”는 일방적 지시보다 “이 난관을 당신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겠느냐”는 질문이 강력한 이유는 그 질문이 구성원에게 ‘통제권’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이 과정에서 리더가 경계해야 할 태도는 배려를 가장한 모호함이다. 미안한 마음에 “일단 해보고 상황에 따라 바꾸자”는 식의 유보적인 태도를
아침에 회사 사무실을 통과하는 순간,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메신저 알림이 울리고, 읽지 않은 메일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답장을 보내고, 보고서를 고치고, 결재선을 따라 문서를 올린다. 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정직한 순서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동시에 밀려오고, 나는 선택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며 하루를 보낸다.그렇게 일정이 일정 위에 쌓이다가 커서를 멈춘 몇 초 사이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 지금… 왜 이걸 하고 있지?” 이러한 의문은 번아웃이 아니다. 몸이 망가질 만큼 지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한 상태도 아니다. 오히려 맡은 역할은 해내고 있고, 주변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말도 듣는다. 그럼에도 마음 한가운데가 살짝 흔들린다.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어긋나 있는 감각. 존재가 잠시 제자리를 잃는 순간이다.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이 상태를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이 말은 얼핏 철학 교과서 속 문장처럼 보이지만 회사라는 공간에 가져오면 의외로 현실적이다. 우리는 ‘사원’, ‘대리’, ‘과장’이라는 본질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았다. 기획자나 개발자, 영업 담당자로 태어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먼저 세상에 던져졌고, 그다음에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해간다. 직무와 직책은 나를 설명하는 언어일 수는 있지만, 나 자체는 아니다.그렇다면 회사가 내게 부여한 역할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정체성 전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자리를 ‘나 자신’이라고 착각할 때 발생한다. “나는 그냥 이
행복한 부부라고 해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부부든 불행한 부부든 비슷한 이유로 다툰다. 돈 문제, 건강, 술, 휴가 계획, 시댁과 처가를 포함한 가족관계까지. 주제만 놓고 보면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행복한 부부가 갈등을 더 빨리 해결하거나 대화를 잘 풀어내는 능력을 특별히 갖추고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많은 경우, 이들은 문제 해결 능력만 놓고 보면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우리는 관계의 질을 흔히 ‘갈등 해결 능력’으로 판단한다. 감정을 잘 다루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부부가 더 건강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 연구와 부부 상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결론은 다르다. 행복한 부부는 문제를 잘 푸는 사람들이 아니라 문제로 인해 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다. 차이는 해결력에 있지 않고, 관리 방식에 있다.행복한 부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언제 말하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이 능력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불행한 부부는 감정이 올라오는 즉시 말을 시작한다. 반면 행복한 부부는 자신의 감정이 지금 통제 가능한 상태인지부터 점검한다.행복한 부부는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화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를 느끼는 순간, 대화를 멈추거나 자리를 벗어난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기분이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노트에 감정을 적거나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흥분을 낮춘다. 이는 감정을 억압하는 태도가 아니다. 감정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장면이 있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이자 심사위원인 안성재는 요리를 입에 넣기 전, 거의 의식처럼 묻는다.“이 요리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이 질문 앞에서 “맛있는 음식입니다”라는 대답은 통하지 않는다. 어떤 재료를 왜 선택했는지, 먹는 사람이 어떤 식감을 느끼길 바랐는지, 이 요리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계가 필요하다. 아무리 화려한 기술을 사용했더라도 그 의도가 맛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탈락이다. 맛은 기본 조건일 뿐, 진짜 평가는 ‘의도가 구현되었는가’에서 갈린다.이 장면이 유독 인상 깊은 이유는 이 질문이 요리 프로그램의 맥락을 넘어 우리의 일과 삶 전반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우리는 종종 “우리 제품은 성능이 뛰어납니다”, “저는 성실하게 일합니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요리로 치면 “맛있습니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차별화도 설득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성능 그 자체가 아니라, 왜 그 성능이 필요한지,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진짜 고수는 기술을 설명하기 전에 의도를 먼저 제시한다. 이 제안서를 통해 상대에게 어떤 판단을 유도하고 싶은지, 이 프레젠테이션에서 강조와 생략을 이렇게 배치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협상에서 내가 먼저 양보하는 선택이 상대에게 어떤 신호로 작용하길 바라는지까지 계산한다. 의도가 분명한 사람은 말이 흔들리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점점 더 많은 리더와 조직 구성원들이 협상 조언을 얻기 위해 ChatGPT와 같은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연봉 협상에서 어떻게 제안을 해야 하는지, 상대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나아가 언제 주장하고 언제 양보해야 하는지까지 AI는 즉각적인 답을 제시한다. 협상이라는 고도의 인간적 기술이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디지털 자원이 된 것이다.이러한 변화는 협상 학습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협상은 경험과 정보의 비대칭이 결과를 좌우하는 영역이다. AI는 상황별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가치 창출(value creation)과 가치 주장(value claiming)은 물론,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객관적 기준(Standards), 이해관계와 입장의 구분(interests vs. positions), ZOPA(Zone of Possible Agreement) 등과 같은 원칙 기반 협상의 핵심 개념을 구조화해 설명함으로써 학습 격차를 줄여준다. 여기에 MESOs(Multiple Equivalent Simultaneous Offers)를 통한 선택 설계, 이슈 간 교환을 의미하는 로그롤링(logrolling), 그리고 앵커링(anchoring)과 프레이밍(framing) 같은 행동경제학적 편향까지 다룸으로써, 협상을 단순한 대화 기술이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AI는 개인에게 ‘상시 대기 중인 협상 코치’가 될 수 있다.이 가능성을 교육 현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한 곳 중 하나가 MIT다. MIT의 다자간 협상 강좌에서는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 강사 사무엘 디너와 MIT 교수 로렌스 서스킨드가 컴퓨터 과학자들과 협력해 교육용 AI 협상 봇을 개발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정답이나 모범 답안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각 학생
안세영이 안세영을 넘었다. 2025년 호주오픈 우승으로 시즌 10승, 승률 94.4%. 숫자만 놓고 보면 ‘압도적 경기력’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록을 진짜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게 움직인 마음의 궤적이다. 지금 코트 위에 서 있는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은 사실 경기장에서보다 그 밖에서 더 치열하게 자신을 이겨낸 사람이다.많은 이들이 안세영의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게 된 순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일 것이다. 중국의 강호 천위페이와 맞선 경기, 1세트 도중 그녀는 갑작스러운 무릎 통증으로 코트에 쓰러졌다. 표정은 일그러졌고,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점프는커녕, 제대로 디디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기권해도 돼!”라고 외쳤다. 그 말속에는 이미 충분히 잘했다는 위로와 더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절절한 마음이 함께 들어 있었을 것이다.그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감싼 손을 떼고 다시 라켓을 들었다. 이후의 플레이는 우리가 익히 알던 완성형 선수의 전형적인 장면들과는 조금 달랐다. 화려한 스매시 대신 차분한 스트로크, 무리한 추격 대신 상대의 빈틈을 읽는 시선, 감정의 폭발 대신 호흡을 고르는 침착함. 기술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던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이었다.“다친 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힘을 빼고, 스트로크 하나하나에 집중했어요” 경기 후 그녀가 남긴 이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다. 평정은 대개 상황이 좋을 때 쉽게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다리가 버텨줄지조차 알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폭발적인 공감을 얻는 이유는 단순히 중년 직장인의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성공했다고 믿는 순간부터 무너지는 기성 리더의 구조적 실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 흔히 말하는 ‘성공의 3종 세트’를 쥐었지만, 김낙수 부장은 매 순간 위기에 몰리며 끝내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실패는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리더십의 파산이다.김 부장은 오랜 시간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부장 자리에 오르자 멈춰버렸다. 자기 개발도, 학습도, 변화도 없다. 기술과 조직문화는 빠르게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90년대식 ‘정답 문화’에 갇혀 있었다. ‘내가 해봤던 방식이 답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후배들은 나를 따르는 게 당연하다.’ 조직은 더 이상 과거의 법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리더는 ‘경험 많은 리더’가 아니라 ‘구식 리스크’일 뿐이다.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시대 변화 자체가 아니라 후배들에게 추월당하는 것이었다. 두려움은 자연스러우나 그의 대처 방식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불안을 학습으로 해소하지 않고 권위와 자존심으로 덮었고, 후배들은 더 똑똑해졌으며 조직은 더 빠르게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매달렸다. 불안은 적응의 동력이 될 수도, 퇴행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 김 부장은 후자를 선택했다.그의 실패는 상무와의 대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업 실적이 뒤처지자 그는 시장 탓, 본사 탓, 내부 협조 탓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상
요즘 기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팀장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리더가 되는 것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하는 현상, 바로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다. 승진은 여전히 많은 직장인에게 명예와 성취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피하고 싶은 자리로 변하고 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성장의 상징’이 아니라 ‘리스크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실제 수치가 이 변화를 증명한다. 2024년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3.2%가 “팀장 이상 리더직을 맡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책임과 부담이 너무 크다’(46.7%), ‘성과 압박이 심하다’(29.5%), ‘리더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다’(14.8%) 순이었다. 특히 MZ세대 응답자의 70% 이상이 “리더보다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답해, 리더십보다 개인의 전문성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잡코리아의 별도 조사에서도 “승진보다 조직 밖에서의 자기 성장에 더 의미를 둔다”는 응답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요즘 세대는 왜 리더라는 자리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리더의 권한은 줄었지만 책임은 커진 시대 구조’ 때문이다. 과거의 리더는 의사결정권과 권위를 동시에 가졌지만, 오늘날의 리더는 위로부터의 통제와 아래로부터의 저항 사이에 끼여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 실시간 평가 시스템, SNS를 통한 공개적 피드백은 리더의 행동을 끊임없이 노출시키며, 작은 실수조차 비난의 대상이 된다. 리더는 더 이상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끝없는 조율과 설명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경제를 읽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우리는 주가지수, 실업률, 소비자물가 같은 거시 지표로 경기의 온도를 측정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는 그보다 훨씬 미묘하고 인간적이며, 일상의 표정 속에 숨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골판지 상자, 퇴사율, 중고 거래 플랫폼이라는 얼핏 무관해 보이는 키워드들이 새로운 경기 지표로 떠올랐다. 마치 과거 광부들이 유독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광산에 카나리아를 풀어 반응을 살폈듯, 현대 경제 역시 거대한 통계보다 사람들의 생활 속 변화에서 먼저 이상 신호를 드러낸다.과거에도 사람들은 불황의 단서를 소비 습관에서 찾아왔다. 립스틱 효과나 치마 길이 이론이 대표적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에스티 로더의 립스틱 판매가 11% 급증한 사실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은 사치’를 통해 불안을 달래려는 인간 심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의 소비자는 립스틱 한 개로 위안을 얻지 않는다. 그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가격보다 가치를 중시하며 위로의 방식 또한 달라졌다. 불황의 징후는 이제 화장대가 아니라 물류창고와 앱 화면 속에서 나타난다.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립스틱 소비가 더 이상 경기 침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비공식 지표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골판지 상자 생산률, 간편식 매출, 대형 트럭 판매율, 중고 의류 판매율, 이직 감소,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주거용 건물 허가 감소 등이 그것이다.골판지 상자 생산량의 감소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올해 미국 생산량은 전년 대비 5% 줄었다. 골판지는 온라인 쇼핑과 물류의 상징이며, 실물경제의 체온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상자의 감소는 곧 주문
문자 메시지가 우리의 일상이 된 오늘날, 단순한 텍스트만으로는 감정을 충분히 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이모티콘(Emoji)이다. 웃는 얼굴, 윙크, 하트 같은 작은 그림들이 대화를 한층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때로는 말로 하기 어려운 뉘앙스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들은 이모티콘이 단순한 장식 이상의 역할을 넘어 우리의 연애와 성생활까지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최대 데이팅 플랫폼인 매치닷컴(Match.com)이 5,000여 명의 싱글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데이트 기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성관계 경험 또한 월등히 많았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 인디애나대 산하 킨제이 연구소(Kinsey Institute)에서도 같은 맥락의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모티콘을 즐겨 쓰는 사람일수록 파트너와의 친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사례는 연구 결과를 더 생생하게 뒷받침한다. 미국의 한 여성 칼럼니스트는 데이팅 앱에서 대화를 나누던 경험을 소개한 바 있다. 상대방은 늘 딱딱한 문장만 보냈고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짧은 메시지 뒤에 늘 이모티콘을 붙였는데, 단순한 웃는 얼굴이나 하트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대화가 즐거워졌다. 그녀는 결국 후자를 선택해 교제를 이어갔고, “그의 문자에는 늘 나를 웃게 하는 감정의 온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작은 그림 하나가 선택의 무게를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왜 이런 일이 벌어질
오늘날의 마케팅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는 공식으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만이 아니다. 요즘 세대는 브랜드가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내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특히 MZ세대는 전통적인 광고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광고를 보고 “재미있네, 공감된다, 같이 놀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어야 브랜드와 연결된다. 그래서 기업이 소비자의 사소한 불편이나 작은 욕구를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기발한 방식으로 해결해 줄 때 오히려 강력한 마케팅이 된다.펩시의 ‘반지형 오프너’는 이런 맥락을 잘 보여준 사례다. 긴 손톱 때문에 캔 음료 따기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일상적인 불편이다. 펩시는 이 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반지처럼 착용하면서 동시에 캔을 열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단순히 기능이 편리해서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는 당신의 불편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료 브랜드가 반지까지 만든 게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 진지한 태도에서 묘한 호감이 생긴다.치토스 역시 마찬가지다. 손가락에 묻는 치즈 가루, 누구나 한 번쯤 짜증 나 본 경험일 것이다. 사실 이건 제품 특성상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그런데 치토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아예 손을 닦을 수 있는 패치를 달아놓은 바지를 한정판으로 제작한 것이다. 보는 순간 웃음이 터지고, 입소문은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판매량은 예상 밖이었다. 치토스는 소비
피드백은 조직의 학습과 성장을 가속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잘 설계된 피드백은 구성원의 행동을 개선하고,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며, 변화와 성장의 속도를 높인다. 피드백이 즉각적이고 명확하게 전달될수록 조직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더 빠르게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다.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다. 구성원은 상하 관계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서로에게 개선점을 제안할 수 있으며, 이를 인사평가가 아닌 학습의 기회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창의성과 의사결정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또한 구글은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를 활용해 관리자의 피드백을 데이터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관리자가 팀원에게 더 적시에 더 유의미한 피드백을 주도록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팀 몰입도와 성과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그러나 피드백이 언제나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그 효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지연(delay)’이다.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댔을 때는 반사적으로 손을 뗀다. 고통이라는 부정적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담배는 다르다. 전 세계 수억 명이 흡연을 지속하는 이유는 폐에 치명적인 부정적 피드백이 수십 년 후에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피드백이 늦게 도착하면 인간은 단기적인 쾌락과 이익을 좇아 스스로 해로운 선택을 지속한다.지연은 단순히 반응 속도를 늦추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지연이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미세 조정의 기회를 차단한다. 이는 마치 두꺼운 스키 장갑을 끼고 키보드를 치는 것과 같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시대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세대 간의 가치관은 급격히 달라지며, 조직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마저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이런 세상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바로 ‘공부하는 자세’다. 더 이상 권위를 내세우거나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리더가 조직을 이끌 수 없다.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는, 즉 ‘공부하는 리더’만이 조직과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다.야구계의 전설 김성근 감독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현장에 서서 야구를 공부한다. 그가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도 야구를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10년 전, 5년 전, 3년 전과 다르니까요.” 숫자로는 똑같아 보이는 야구라도 시대가 바뀌면 선수들의 사고방식도 달라지고 데이터의 양상도 달라지며, 경기 운영의 문법 또한 달라진다. 이처럼 시대가 변하면 리더도 변해야 하고,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그렇다면 공부하는 리더는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공부하는 리더의 첫 번째 특징은 유연성이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공학도, 전기차 전문가도 아니었지만,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가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를 공부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X와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는 배움으로 기존 한계를 넘어섰고, 이는 곧 리더로서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속해서 배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대한민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에서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정한 투자에 대해 3,500억달러(약 487조7천억원)를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은 향후 3년 반 동안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다른 에너지 제품 1,000억달러(약 139조원) 상당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이로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15% 관세율을 새로운 기본선으로 설정하게 된 셈이다. 15% 관세율은 단순한 세율의 조정이 아니라 미국이 추구하는 통상 전략의 전형을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다. 미국은 다시금 자국 중심의 질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번 합의는 그 설계도 중 하나다.당초 미국은 각 나라를 대상으로 25%, 30%, 심지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는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 부과의 위협을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8월부터 실제로 25% 이상의 고세율 관세를 일괄 적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협상의 시계를 앞당겼다. 이는 명백한 시간 압박 전술(time pressure tactic)이다. 기한을 설정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의 리스크를 확정된 공포로 바꾸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의 입장에서는 원칙보다 생존을 고민하게 한다. 동맹국들은 이 시한 앞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고, 결국 15%라는 절충점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이는 협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형적인 Aim-high 전술이다. 이 전략은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높은 조건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 타협안이 마치 양보처
지난 2022년 11월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돌파했다.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는데 언제까지 증가할까? 오스트리아의 비트겐슈타인센터는 2070년 94억 명에서 정점을 찍고, 2100년엔 90억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세계 인구가 2064년 97억명에서 정점을 찍고 2100년에는 88억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앨런 말라흐(Alan Mallach)는 2070년경에 인구 감소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시나리오를 예측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특정 시점에 전 세계 인구수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인구 증가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인구 감소에 대처해야 되는 상황이 도래된 것이다. 인구 감소는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행동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미국 등 직접 피부로 피해를 경험하고 있지만 내 일이 아니라며 의도적으로 외면한다.줄어드는 인구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장 먼저 주택 등 도시의 물리적 환경의 변화다. 빈집과 사람들이 사는 집이 듬성듬성 섞여서 기괴하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어떤 마을은 동네 전체가 버려질 수 있다. 폴란드 남부 실롱스크주 소스노비에츠(Sosnowiec)에 소재한 아파트의 경우 1990년에 78%의 가구가 3명 이상인 가족이 거주했으나 2009년에는 1~2인 가구가 87%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노년층이었다. 이곳에는 시니어를 위한 인프라 시설이 부족해 사회적 고립과 부족한 건강관리 등의 문제가 발
경력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희석되어가고 여러 개의 일을 함께 하는 ‘N잡러’가 등장하는 등 직원의 직장관이 다양해지고 있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의하면 N잡을 해본 경험이 있는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20대와 30대가 N잡을 하는 이유로는 단순히 수입을 더 늘리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자기만족을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역량을 높이고 싶어’ 등의 순으로 대답했다.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기업도 직급체계 단순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신속화, 수평적 조직문화 활성화, 직무간 부서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직무순환제도 등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눈앞에 길이 명확히 보이는 ‘경력 사다리(career ladder)’라는 경력개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몇 년 후 승진하면 어떤 직급,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 예측이 가능했다. 직군간 이동이 불가한 경우가 많고 개인의 경력 여정에 필수적으로 경험하는 단계가 분명했다.◈ Googbye career ladder, Hello squiggly career path그런데 과거 경력 사다리, 커리어 패스와 같이 선형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과 다른 현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혁명시대에는 미래의 업무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실제로 요즘의 경력개발은 직무의 특성, 역할 등이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서로 얽히면서 성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커리어가 단계적이고 선형적인 형태가 아닌 비선형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비선형 경력 경로를 ‘커리어 스퀴글(career squigg
잔잔한 파도에 많은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해변엔 평화가 감돌고 있다. 그런데 단 두 음의 반복, “빠밤~ 빠밤~”이라는 단조롭고 무거운 멜로디가 깔리면서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된다. 백상아리는 아직 화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객은 숨을 죽인다. 익숙한 멜로디가 반복될수록 눈앞의 바다가 점점 낯설고 위협적으로 변해간다.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존재. 그 상상을 통해 관객은 이미 스크린 안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는 괴물을 직접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공포를 극대화한 대표작이다. 제작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백상아리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스필버그는 그 공백을 심리적 공포로 채웠다. 백상아리가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는 시선, 그림자, 흔들리는 부표, 그리고 불길한 음악만으로 관객들의 머릿속에 더 크고 무서운 상어를 만들어냈다. 놀랍게도 이 보이지 않는 공포는 실제 백상아리를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이러한 효과 덕분에 영화는 미국에서만 1억 3천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우리 삶과 비즈니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당장의 결과보다 보이지 않는 본질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경우가 많다. 종종 그 본질의 실체를 알고 나면 우리가 지레 겁먹고 망설이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별것 아니거나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삶의 ‘죠스’는 대개 거대한 물리적 장애물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혹은 스스로 한계를 정하
한국과 선진국 사회에서 능력주의(Meritocracy)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능력주의는 과거제도, 고시제도, 학력주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본주의와 더불어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강력한 이데올로기였다. 그런데 과연 능력주의가 공정할까?미국의 5대 관현악단인 뉴욕필하모닉에서는 20세기 내내 여성 연주자가 ‘0’명이었다. 단원 수는 100명이 넘지만 해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번 입사하면 평생 고용이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오늘날 뉴욕필하모닉의 여성 연주자 비율이 45%를 넘어섰다.이유는 뭘까? 시대가 바뀐 걸까 아니면 능력주의의 장점이 발휘된 걸까? 둘 다 아니다. 오디션 과정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바꾼 거였다. 평가자와 연주자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별을 구분하지 못하고 오롯이 실력으로만 평가할 수 있었다.뉴욕필하모닉의 효과가 검증되자 벤처기업도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갭점퍼스(GapJumpers)는 직무에 관련된 정보 외에 지원자의 신상에 대한 정보없이 채용담당자에게 보냈다. 그 결과 선발된 사람의 60%가 여성을 포함한 소수집단이었다.여성이나 소수집단이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어렵게 입사했지만 업무 평가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오늘날 95%가 넘는 기업이 성과급제를 시행중이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결과를 낸 만큼 성과 보상을 받아야 성과급제의 목적을 달성하는 거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나 조사에 의하면 똑같은 성과를 낸 여자나 소수인종보다 백인 남자가 보상을 받는 비율이 더 높다. 금융회사의 경우 여자와 남자 사이에 성과급액이 25%
분쟁이 격화되고 갈등 해결이 요원할 때 의도와 다른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더욱 격렬하게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갈등이 확대된다. 분쟁은 소송으로 끝날 수도 있고, 관계가 영원히 손상될 수도 있다. 그럼, 소송 비용을 피하고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3가지 협상법에 대해 살펴보자.첫째,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피하라. 감정이 격화된 상대방은 서로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힘을 주장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을 취한다. 예를 들면 당신의 역량이나 전문 지식에 도전하거나 당신이 특정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감정이 격화된 상대방이 “당신을 신뢰할 수 없어!”라고 말함으로써 당신의 역량이나 존재를 비하할 수도 있다. 직장 동료의 경우에는 “너무 예민해지지 마세요”와 같은 말로 위로하는 것 같지만 당신의 성향을 비판할 수도 있다. 당신에게 도전하고, 품위를 떨어뜨리고, 비판함으로써 상대방은 의도적으로 당신을 자극해 힘의 균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감정적 반응을 시도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과잉 반응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고 어떻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발코니로 나가라(Go to the balcony)”라는 말을 명심하라. 이는 협상이나 의사결정할 때 즉흥적으로 생기는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라는 의미다. 휴식을 취하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자신에게 불리한 추진력을 멈출 수 있다.상대의 부정적인 발언을 좀 더 긍정적인 해석으로 바꿔서 행동을 바로 잡을 필요
최근 국내 정치는 여야 지지자간 혐오정서에 근거한 양극화가 크게 심화되고 있다. 정치 양극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당파적 편향으로 인해 정부의 정책성과에 정당한 평가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법안통과가 장기간 지연되는 입법교차(legislative gridlock)를 유발한다. 또한 극심한 당파적 양극화는 각 정당과 그 지지자들이 상대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가짜뉴스 확산의 원인이 되며 무엇보다 국민 분열의 주범이 된다.아쉽게도 정치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국회선진화법,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2022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이 도입되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백인과 흑인이 나란히 싸워서는 안되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과열한 전투의 열기 속에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흑인과 함께 백인이 소속된 중대에서는 흑인을 싫어하는 백인 군인의 수가 9배 적었다. 1938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가장 큰 선원 노조에 가입했을 때에도 처음에는 광범위한 저항이 있었지만, 흑인과 백인 선원이 실제로 함께 일하기 시작하자 시위는 중단되었다. 네덜란드 사회학자팀의 연구에 따르면 백인들이 무슬림과 더 많이 접촉할수록 이슬람에 대한 혐오감도 적게 나타났다.뿐만 아니라 접촉은 사람들을 더 친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싱가포르대학의 국제 연구팀에 따르면 다양한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이 잦은 접촉을 하는 경우 모든 인류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낯선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고 도움이 되는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1조는 오늘날 매우 비현실적인 외침이 되어 버렸다. 현실에서 우리는 나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면 동지로, 나와 생각이 다르면 ‘없어져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 착각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지구적 규모로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오늘날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다수의 뜻을 존중하고 생각의 다양성에 대한 배려도 사라지고 대립만 격화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검찰이나 법원의 법적인 판단도 내 뜻과 맞으면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이 된다. 이러한 집단 착각은 인터넷과 유튜브, 그리고 각종 SNS를 통해 ‘집단 광기 표출의 장’이 대중화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당신은 성공적인 인생이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다음 A와 B중 하나를 선택해보시기 바란다. A: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룰 때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B: 사회적으로 높은 명성과 부를 축적하고 유명인사가 될 때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 당신은 A와 B중 어느 쪽을 선택했는가?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A와 B중 어느 쪽을 선택할까? 만약 여러분이 스스로는 A를 답이라 생각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집단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2019년 Populace 연구)다수의 사람들이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5천2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97%는 A가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92%는 대다수가 B를 답으로 택할 것이라고 응
생활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포도주의 생산 및 보관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와인의 소비량이 크게 늘어났다. 당신은 어떤 와인을 즐겨 마시는가? 다음 두 와인에 대한 리뷰를 보고 선택해보시기 바란다. A와인 : 메를로 품종으로 만들어 숙성시킨 리저브 와인이자 100% 자가 양조 와인이다. 레드베리와 블랙베리, 삼나무 향과 허브 향을 가미한 벽난로 연기의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부드러운 질감에 풍미를 농축한 풀바디 와인. 점수는 95점.B와인 : 다크 초콜릿 향과 체리 향이 코를 자극하면서 흑연향이 살짝 감돈다. 미디엄바디에 부드러운 타닌 풍미가 엷게 깔린다. 우아하고 절대된 풍미를 담은 레드 와인으로 식감이 신선하다. 점수는 95점.A와 B와인 중 어떤 와인을 선택했는가? A와인은 자비스 2012년산 자가 양조 동굴 발효 리저브 레를로(Jarvis 2012 Estate Grown Cave Fermented Reserve Merlot)이고, 한 병에 200달러다. B와인은 프레일 2015년산 리드 게리히츠베르크 메를로(Pleil 2015 Ried Gerichtsberg Merlot)이고, 한 병에 19달러다.그런데 A와 B와인의 리뷰를 보고 현격한 가격 차이를 알아챘는가? 캘리포니아주 북서부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로버트 호지슨은 와인 전문가 10명을 초빙해 눈을 가리고 각자에게 와인 세 잔을 시음하는 실험을 했다. 전문가는 업계의 표준 척도에 따라 각 와인 샘플에 점수를 매겼다.실험결과 평균적으로 심사위원진이 매긴 와인 평점의 차이는 ±4점이었다. 그런데 한 전문가는 92점을 매겼고 다른 전문가는 82점을 매겼다. 일부 심사위원들의 폭은 훨씬 컸다. 10명 중 1명만 같은 와인을 큰 오차 없이 ±2점 범위안에서 채점했다.또 다른 연구자 프레데리크 브로셰는 와인 비평가들이
당신은 다음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 회사는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당신 가족의 의료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경우 당신의 어려운 상황을 협상 상대방에게 공개해야 할까?일반적으로 약점을 노출하면 상대방이 당신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출을 삼가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의 불리한 상황이 상대방의 동정심을 유발하여 당신이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양보를 받아낼 수도 있다. 약점을 이용하는 협상가는 약점에 전략적으로 반응할 것이고, 반면 동정심을 유발하는 협상가는 감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뉴욕 대학의 아이와 시라코(Aiwa Shirako), 개빈 J. 킬더프(Gavin J. Kilduff), 캘리포니아대의 로라 J. 크레이(Laura J. Kray)의 연구에 따르면 숨겨진 욕구와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 협상의 양쪽 모두에게 더 유익한 결론을 도출한다고 주장했다.다음의 실험을 살펴보자. 경영학과 학부생들은 모의 구인 협상을 위해 짝을 지어 참가했다. A그룹의 취업 준비생은 그들이 갚을 대학 대출금액이 많고, 그들의 어머니가 매우 아프며, 어머니의 병원비를 지불하기 위해 온 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채용 담당자의 동정심에 호소하라고 들었다. 반면 B그룹의 취업 준비생은 자신들이 의견을 주장할 때 가급적 이성적인 주장을 하고, 채용 담당자의 동정심에 호소하지 말라고 들었다.실험결과, 채용 담당자들은 합리적 호소를 한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감정적 호소를 한 후보자들을 좋아했는데, 이는 자신의 약점을 언급하는 것이 조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감정적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은 말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되거든, 인생이.”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계획하지만 경험해보셨듯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IMF,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에 경험한 코로나19도 계획에 없던 일들 중 하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자원의 양은 제한적이라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적 자원을 소모하면, 다른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은 부족해진다.코로나19와 같은 큰 스트레스가 아니더라도, 부자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고민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 한 연구에서는 자동차가 고장이 났는데 수리비가 150만 원이 나왔을 때, 이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때 참가자들은 자동차 수리비 지출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한 다음 유동성 지능검사를 받았다.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력과 판단력, 그리고 논리력과 관련된 지능이다.결과는 당신이 예측한 대로다.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수리비에 대한 고민을 해도 지능검사 점수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수리비 걱정 후에 지능검사 점수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어떻게 구할지, 아니면 수리하지 않고 당분간 차를 그냥 운행할지 등 돈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뇌가 과부화되니까 인지기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암울한 이야기이지만 ‘소득수준이 뇌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는 가설은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사
지난 1월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사업체패널조사를 활용하여 『성과관리 시스템 공정성 현황과 과제』에서 인사평가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비율이 2015년 4.1퍼센트에서 2019년 9.3퍼센트 수준으로 4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률이 높다는 것은 성과평가 결과가 부당하다는 인식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체로 규모가 큰 사업체일수록, 비제조업, 유노조, 공공부문에서 인사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가중된 원인 중 하나는 개인별 성과 평가항목 중 정성적 지표의 비율이 40퍼센트를 상회하여 평가기준의 모호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정성적 지표의 항목이 갈수록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는 평가자의 편향성에 영향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를 수행한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무엇보다 성과관리 시스템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불완전한 시스템에 따른 의사결정이 조직 내 다양한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필요하다”고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관리(MBO) 방식을 활용하는 사업체는 2015년 20.3%, 2017년 30.3%, 2019년 32.8% 수준으로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성과관리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체 수는 늘어나는데 비해 불완전한 성과관리 시스템에 따른 공정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는데 방법은 없을까?전통적 성과관리 방식은 매년마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조직의 비전과 사업부 목표를 단위조직과 개인에게 연계해 개인별 KPI를 설정하지만 비전과의 연계성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Top-down 방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정인호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