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구글과 아마존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것?
빠른 속도로 기술이 진화하고,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뷰카(VUCA)의 시대에 창의력보다 그 원천이 되는 ‘호기심’이 비즈니스 역량과 성공에 중요한 기업의 자산이 되고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심리학 토드 카쉬단(Todd Kashdan) 교수가 20년 이상 호기심과 조직생활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호기심이 높은 상위 38퍼센트의 사람들은 근무하는 기업의 업력이 높고(26년 이상), 글로벌 조직에 근무하며, 더 풍부한 관리 경험(10년 이상)과 더 많은 부하 직원을 적극적으로 관리(11명 이상)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기심이 적은 하위 18퍼센트의 사람들은 주로 제조업이나 로컬 기업에 근무하며, 상대적으로 짧은 관리 경험(10년 이하)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자발적인 대량 퇴직과 고용 열풍 속에서 전 세계 기업들이 호기심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리더가 갖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성장과 호기심’을 강조했고, 애플의 CEO인 팀 쿡 역시 애플의 인재상이 ‘Wicked Smart’라고 언급하면서 직원들에게 호기심 역량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의 호기심을 높일 수 있을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질문을 통해 더 깊이, 그리고 더 넓게 탐구한다. 이들은 네이버나 구글 검색어에 바로 뜨는 답에 대해 머물지 않고 숙고해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이 인간이 기억력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줄여 줌으로써 사고 능력을 더 창조적인 곳에 쓰도록 해 준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인간의 정신 작용에 대해 과학계가 밝혀낸 모든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조직 내에서 질문은 더욱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 지금 이거 해”라는 명령을 들으면 즉시 그 일을 하기 싫어한다. 사람의 성향이 그렇다. 대신 그 사람의 의견을 묻는 말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에게 “당신과 내가 어떻게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을까?”, “내 의견보다 당신의 의견대로 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은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부하 직원은 리더에게 권한 또는 자율적인 범위 내에서 책임이 주어졌다고 느낄 것이다.

〈다빈치코드〉, 〈8마일〉, 〈라이어라이어〉, 〈그린치〉, 〈아폴로13〉 등 굵직한 할리우드 영화를 만든 이매진엔터테인먼트 브라이언 그레이저(Brian Grazer) 회장은 호기심을 늘려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시야와 관점을 확장하기 위해 자신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를 즐겨 듣는다. 그는 이러한 대화방식을 ‘호기심 대화’라고 부르는데,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호기심 대화’를 실천해오고 있다. 쿠바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예술가 앤디 워홀과 제프 쿤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조너스 소크 박사, 수소폭탄을 만든 에드워드 텔러 박사,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서 스스로 호기심을 채우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고하는 힘을 기른다. 그레이저 회장은 “누구든지 자신이 몸담은 산업의 사람들만 만나면 대단히 고립된, 좁은 시야를 갖게 된다”며 “나와 다른 분야의 관점과 지식이 나중에 언제 어떻게 쓸모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우물의 맛을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호기심에 대한 온갖 연구결과의 일치를 보는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호기심이 ‘특질’이라기 보다는 ‘상태’라는 사실이다. 즉 호기심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존은 새로운 도전을 한 직원에게 ‘Just Do it’이라는 상을 수여하는데, CEO인 제프 베조스가 직접 시상하여 조직 내 호기심과 이에 대한 실천을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 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기업에서 찾을 것이다. 경영자들은 단지 절차대로 일을 잘 따라가거나 지시 사항을 잘 수행하는 것에만 그치는 사람보다는 배워 나가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사람, 문제를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을 고용하려 할 것이다. 결국 미래는 호기심을 선택하는 자들의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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