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초갈등 사회에 살고 있다. 초갈등 사회란 ‘사회 문제를 두고 집단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사회’를 말한다. 빈부갈등, 노사갈등, 세대갈등, 종교갈등, 이념갈등은 분열을 야기하고 국가사회 발전의 커다란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통합적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분산적이며 구조화된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득권은 각종 언론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정인호 칼럼] 초갈등 사회, 세대간 협상력
이렇게 초갈등 사회가 도래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독일의 힐데스하임대 케슬린 카피스(Cathleen Kappes)와 안드레아스 모이찌쉬(Andreas Mojzisch) 등의 연구진은 평균 23.5세의 청년과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평균 71.9세에 해당하는 성인 각각 45명을 대상으로 짝을 이뤄 협상 게임을 하도록 했다. 협상 상대는 3그룹으로 분류되었는데, 양쪽 모두가 청년이거나 노인인 경우, 어느 한쪽이 청년과 성인인 경우다. 협상에 부여된 의제는 입주날짜, 임대 기간, 화장실 등 편의시설, 맞춤 부엌 이자율 등 총 4가지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통합적 협상은 의제의 우선순위를 정해 일방 당사자가 비용 혹은 희생이 적은 의제를 양보하는 대신 자신에게 더 큰 가치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이러한 교환을 통해 당사자 모두에게 가치를 증대하는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협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수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3그룹 모두 분명한 차이점이 드러났다. 청년들끼리 협상을 한 결과 양쪽 모두 만족도가 높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청년과 성인이 짝을 이뤄 협상한 경우가 뒤를 이었다. 연령대가 높은 성인끼리 협상한 결과는 만족도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나타나면서 만족도의 합 역시 가장 낮았다. 아쉽게도 이들에게는 통합적 협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

연령대가 높은 성인간 협상에서 만족도의 합이 낮은 이유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의 우선순위와 욕구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신의 가치를 방어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면 손해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고집스럽게 의제의 우선순위와 욕구를 숨기면 그 상대역시 감추게 되고 결국 협상은 감정싸움으로 변질된다. 이것이 오늘날 초갈등 사회를 낳은 근본 원인이다.

내가 기업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의에서도 이러한 행동이 쉽게 드러난다. 협상 강의를 2일간 진행하는 경우 1일 차에는 협상의 이론과 다양한 사례를 학습하고 2일 차에는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로 팀별 모의협상을 실시한다. 팀별로 받은 미션과 역할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상대의 요구보다는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그러나 두 시간의 협상 합의 시간이 다가오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동안 했던 상대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수고를 잃어버리고 다시 자신의 목적달성에만 집착하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협상이라하면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귀속본능에 의해 욕구보다는 요구에 강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협상 전문가 50명에게 물었다. 유능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우리나라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협상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협상 경험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현장에서 직접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일반적인 협상가들은 협상을 하고 나서 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이점을 보완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다음 번 협상에 임하면 ‘지난 번에 그랬던 것 같은데’라는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협상을 하기 때문에 이전의 협상으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향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학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협상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면 매번 협상을 마치고 나서 협상 결과에 대해 개선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연령대가 높은 성인들이 고집스럽게 의제의 우선순위를 숨기려하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협상은 나만 또는 상대만 만족해서는 결코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우선순위의 적절한 양보를 통해 서로 얻는 것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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