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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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은 맛있는 것 먹는 날 또는 피하고 싶은 날


직장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가 회식이었다. 상사가 회식 하자고 하면 막내에게 바로 전달한다. “막내야, 오늘 회식하는데 맛있는 곳으로 장소 정해 통보해라” 눈치 있는 막내는 상사에게 의향을 묻고, 너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고참 몇 명의 의견을 종합하여 회식 장소를 결정한다. 첫 직장 생활할 때에는 당일 통보에 전원 참석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회식하는 것이 아닌 신입사원 환영, 다른 부서로 가는 직원을 위한 송별회, 중요하거나 힘든 일을 마쳤을 때, 상사가 질책을 하고 위로해 주는 팀워크를 강화하는 의미가 강했다. 이 때의 회식은 조금은 비싸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조직 구성원과 술 한 잔 하며 대부분의 이야기는 회사와 일이었다. 2차 문화는 거의 없었고, 회식이 끝나고 귀가할 때, 여직원, 대중교통이 안되거나 과음한 직원은 상사는 택시를 불러 직원들 택시비까지 신경 써 주었다.

상사 입장에서는 직원들과 공식적이고 딱딱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좀 더 자연스럽게 술 한 잔 하면서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다.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좀 더 활기차고 하나되는 조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여러 힘든 일이 있기 때문에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 회식을 하자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기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회식이다.
직장에서 소통과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소통과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일과 후 회식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거부감이 강하다. 심한 경우, 개인 시간을 뺏겨가며 원하지 않는 사람과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으며, 고기를 굽고 술잔을 채우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직장은 내가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인데, 굳이 일과 시간 외에 정이 없는 사람과 가치 없는 대화를 왜 나누냐 묻는다. 차라리 내 돈 내고 마음 편하게 즐거운 지인과 소주 한 잔 하고 싶다고 한다. 맛있는 것 먹으며 팀워크를 다지는 회식이 불편한 자리가 되었다. 그렇다고 회식을 하지 않으면 우리 조직은 회식 한번 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어떤 회식 문화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1980년~2000년의 직장 생활과는 달리, 갈수록 직원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 확보를 중요시한다. 회사는 혼자 생활하는 곳이 아니기에 개개인의 시간과 자유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도 중요하다. 조직 활성화 차원의 회식은 즐거워야 하며 하나 됨이 맞다. 회식은 업무 시간이 아니므로 참석하기 싫다고 빠지는 것도 눈치가 보이며 곤란하다. 직원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회식 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직원에게 원하는 방안을 가져오라고 하면 무엇이 담기겠는가?

많은 기업들의 회식 사례, 선호하는 회식의 종류를 조사해도 모두가 원하는 하나의 안으로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회식 문화에 부정적이다. 이들이 원하는 회식의 특징은 1) 점심 회식 2) 자율 참석 3) 맛있는 음식 4) 1차 종료 5) 최소한 2주 전 공지일 것이다.

회식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원하지 않는데 참석할 수 밖에 없다.
-나를 존중하지않기 때문 (술이나 언행의 강요, 상대의 거친 행동)
-회식 시 대화에 대한 불만(회사와 업무 이야기, 상사의 훈화와 질책, 주정 등)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이끌려야 하는 분위기
-술이나 대화의 강요
-2차, 3차로 이어지는 문화 등이다.

조직 구성원 의견 청취 또는 투표를 통해 회식 문화 개선 관련 다음 6가지 방안을 보고서에 담았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첫째, 회식을 꼭 먹는 것이 아닌 뮤지컬, 경기 또는 영화 관람, 짧은 등산 등 다양화
둘째, 구성원이 돌아가며 주관
셋째, 한 달 전 공지
넷째, 주관자의 계획에 무조건 따르기
다섯째, 회식은 가능한 1차, 9시 이전에 끝낸다.
여섯째, 회식에서의 주정, 정도에 어긋나는 언행은 1회 아웃제 운영(구성원 취급을 하지 않음)

점심시간 식사를 함께하자고 하니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어학, 건강관리, 휴식시간 등의 이유로 하지 말자고 한다. 모든 구성원이 원하는 회식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회식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 공동체 의식이 반영된 회식의 원칙이나 그라운드 룰을 정해 실시한다면 좀 더 함께 하며 즐거운 회식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결국 조직장인 리더의 그릇 크기에 회식 또한 비례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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