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과 정상회담 이후 나온 워싱턴 선언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우리나라 항구에 정기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최근에는 영국 해군의 최첨단 핵잠수함 관련 문서가 조선소 인근 술집 화장실에서 발견돼 군이 조사에 나섰다. 영국 BBC와 더선은 "영국 해군은 '공식적으로 민감한(official sensitive)' 것으로 표시된 문서가 펍 화장실에서 발견돼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에는 영국 해군의 최첨단 선박 중 하나인 'HMS 앤슨(Anson)'의 유압장치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핵추진잠수함' 짧게 줄여 ‘핵잠수함’으로 불리는 잠수함은 핵연료를 사용해 두려운 위력을 보인다. 영국군이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핵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을 모두 아르헨티나 앞바다에 보냈더니, 이동 기간이 각각 2주와 5주로 격차가 3주나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먼저 도착한 영국 핵잠수함은 괴물 같은 위력을 발휘하며 아르헨티나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를 격침했다.

깊은 물 속에서 계속 20~25노트(시속 40㎞)라는 괴물 같은 속력을 내는 핵잠수함을 디젤 잠수함이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디젤 잠수함도 긴급 상황 때 최대 15노트(시속 28㎞) 이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포클랜드 해역과 같은 장거리 운항이라면 평균 6~8노트(시속 12㎞)밖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성능 격차를 직접 확인하고 디젤 잠수함의 조기 퇴역과 핵잠수함 건조 확대를 명령했다고 한다.

우리의 핵 잠수함 도입은 어떠한가?

일반 잠수함은 산소와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반대로 핵연료를 쓰는 핵잠수함은 식량만 충분하다면 작전 지역까지 논스톱 심해 운항이 가능하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소음도 기술 발전으로 크게 줄였다. 실제로 미국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더 작은 소음으로 유명하다. 이런 장점이 두드러져 우리 국민의 여론도 우호적이다. 통일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1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 핵잠수함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75.2%로 나왔다.

우리는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SS-I)은 '한국형 잠수함'(KSS) 사업을 통해 전력화한 길이 56m, 배수량 1,200톤급의 209급 잠수함이다. 해군은 장보고급 잠수함을 확보하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불특정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양현상 칼럼] 한국형 핵잠수함에 대한 기대
<한국형 핵잠수함 상상도 (H.I. 서튼 트위터) © 뉴스1>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인 장보고급 잠수함은 1987년 독일의 HDW에 주문한 3척의 209-1,200형으로 시작했다. 1번 함 장보고(SS 061)는 독일 킬 조선소에서 건조된 후 1993년 취역했고, 2, 3번 함은 대우 옥포조선소에서 부품 패키지 조립 형식으로 건조되었다. 이후 1989년과 1994년에 걸쳐 3척씩 추가로 주문하여 총 9척을 건조했고, 2001년 9번 함 이억기(SS 071)가 취역하면서 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이후 해군은 후속 사업(KSS-II)을 통해 1,800톤급의 214급 잠수함(손원일급) 9척을 도입했다.

우리도 이후 잠수함 도입 및 배치로 핵잠수함 도입과 배치를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통해서 구체적 계획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209급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나가파사급 잠수함(DSME 1400)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했고, 이로써 한국은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이 되었다.

최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최근에 한화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그간 약점으로 꼽혀온 잠수함 등 군용 선박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고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과 함정 건조 등 해양 방산에 강점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3천 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을 건조했다. 장보고함 22척을 수주 및 건조했다. 또 호위함 등 우리 해군의 주력 잠수함과 함정들을 건조해왔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잠수함 사업이나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호주 핵잠수함 5척 인도 및 2042년 호주에서 8척 건조 계획을 발표하는 시점에 흥미롭고 의미가 있어서 눈에 뛰는 책이 있다.

한국형 핵 잠수함을 소재로 한 소설 "얼티밋 워리어"

국내 최초로 한국형 핵 잠수함을 소재로 한 소설이 발간되었다. ‘바다를 삼킨 한국형 핵잠수함, 얼티밋 워리어’(찰리와 하이파이브 지음, 삼일인포마인)는 한국 핵잠수함의 기술을 빼내려는 거대 국제 테러 집단과 이를 막으려는 천재 과학자 이야기다.

뉴코리아 조선은 잠수함의 핵심기술인 음파 소나 시스템의 일인자 송 박사를 영입한 후 단숨에 한국형 핵잠수함인 얼티밋 워리어호를 건조해 낸다. 림팩훈련에서 선보인 워리어호의 기동력과 실전에서의 활약상을 눈여겨본 어느 정체불명의 사모펀드가 기술을 노리고 접근한다.
[양현상 칼럼] 한국형 핵잠수함에 대한 기대
‘한국이 최첨단 핵잠수함을 개발하고 그 핵심기술을 해외 테러 조직이 탈취하려 시도한다’라는 내용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며, 오히려 소설에서처럼 대한민국이 핵잠수함 보유국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핵잠수함이 가진 장점(작전반경, 소음 등)은 기존 디젤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다. 한국이 핵잠수함 도입을 꿈꾼다면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관심과 지지도 필요하다.

Sharp Power의 중요성 강조

핵잠수함의 기술을 노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지하세계의 총성 없는 전쟁과 사모펀드의 M&A 과정이 사이사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SK 소버린 사태부터 하이닉스의 LCD 기술 중국 유출 등 적대적 M&A 혹은 사업부 매각을 통한 기술 유출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얘기가 아니다.

핵잠수함 도입과 같은 군비 증강, 직접적인 군사 행동, 경제 보복은(Hard Power) 결정적으로 큰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론전, 가짜뉴스 유포, 산업 스파이, 도청, 해킹, 기술 탈취는(Sharp Power) 비교적 쉽고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 미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 영향력이 크게 보도된 사례도 있거니와 또 최근 미국 국방성 자료 유출 사건에서도 보듯 날이 갈수록 Sharp Power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소설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Sharp Power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외부의 Sharp Power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한국이 과연 외부의 기술 탈취를 막고 지켜낼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저자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국익을 스스로 지키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 힘의 요체는 첨단기술과 강력한 자위력이다.”라고 말했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갈수록 심상치 않은 요즈음, 워리어호가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이다.
[양현상 칼럼] 한국형 핵잠수함에 대한 기대
<한경닷컴 The Lifeist> 양현상 공학박사 (방위산업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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