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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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목표
CEO는 1, 2월에 이어 3월의 성과가 감소되는 것이 몹시 걱정스럽다. 창문을 바라보며 무엇이 근본 원인인가 생각에 잠겼다. 물론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것은 안다. 안되는 이유는 수 없이 많지만, 기업은 원인을 찾는 곳이 아니고 대책을 마련해 성과를 내야 한다.
직원들의 모습에는 긴장감과 절실함이 없다. 구내 식당 식단을 보고 불만을 토로하며 밖에 나가 먹자며 나가는 직원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월요일 경영 회의를 하는데, 최근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 언급하는 임원이 없다.
어제는 이런저런 생각에 저녁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퇴근하는데,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
항상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데, 아침 인사하는 직원이 없다.

인사팀장을 불렀다. 임원들과 팀장들 전원 대회의실에 모이라고 했다. 주제를 묻는 인사팀장에게 ‘CEO와의 간담회’로 하자고 했다. 출장과 급한 일이라며 1/3 가량의 임원과 팀장이 불참했다. 불참자의 명단을 살피고, 참석자에게 백지를 나눠주었다.
먼저 회사의 올 해 목표에 대해 작성하라고 했다. 둘째, 본인의 올 해 목표와 달성율을 적도록 했다. 마지막, 애로사항, 건의사항, 회사 지원사항을 의무적으로 한가지 적도록 했다.
불참한 임원과 팀장에게도 인사팀장을 통해 문자를 보내 전부 작성해 금일 6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참석한 임원과 팀장 중 90% 이상이 회사와 개인의 목표를 적지 못하였다.
애로사항은 인원 부족, 불필요한 지시, 잦은 회의, 협업의 어려움, 높은 목표 등 다양했다.
CEO는 임원과 팀장 몇 명에게 1/4분기 매출, 매출원가, 영업이익이 얼마냐고 물었다.
알고 있는 임원과 팀장은 한 명도 없었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한다.
항상 사업계획을 작성하며 도전적인 높은 목표, 계량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라고 지침을 준다. 두 세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내년도 사업계획이 확정된다.
그것으로 끝이다. 목표가 설정되었으면 분기별, 월별, 주별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 점검하고 피드백되어야 한다. 조직의 목표가 팀원에게 어떻게 배분되었는가 모른다. 심한 경우, 조직 목표와 개인 목표가 연계되지 않는다. 조직 목표 따로 개인 목표 따로인 것이다.

CEO는 인사팀장에게 3가지를 지시했다.
1) 팀별 조직의 목표와 팀원의 목표를 전부 파악하여 목표 연계가 잘된 조직과 되어 있지 않은 조직 전부 파악하라
2) 년간 목표 하에 1/4분기 팀과 개인별 목표 달성율을 조사하여 25% 이하인 팀을 전부 파악하고 그 결과물을 모두 제출하게 하라.
3) 1/4분기 조직과 팀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각 팀별 노력했던 점을 전부 기술하게 하라.
CEO는 3가지 지시에 대한 최종 보고 기한을 1주일 부여했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팀은 별도 감사를 실시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이 인사팀장이라면, 100여개의 팀을 조사한 결과, 어떤 상황일 것이며 보고서를 본 CEO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많은 기업들이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하지만, 말뿐 실질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적다. 이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조치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과정관리이다.
한국기업이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을 도입하여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OKR은 매 분기별 3개의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별 3개의 결과물을 창출해야 한다. 1분기별 3개의 목표에 9개의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은 1년 단위의 성과관리 주기에 익숙해져 있다. 목표를 수립하고 방안을 만들어 실행계획을 수립하는데 1개월 이상 소요한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목표를 방치한다. 일은 업무분장 상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에 대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답습한다. 이렇게 하면 잘한 경우, 개선 수준의 일이 추진된다. 획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일이 추진되기는 어렵다.

조직장은 그 해 목표(실행 과제)를 팀원에게 업무분장을 고려하여 배분해야 한다.
목표를 받은 팀원들은 조직장과 협의하여 목표를 확정해야 한다. 확정된 목표에 대해서는 조직장은 팀원에게 실행과제별 최소 월별 점검과 피드백 면담을 실시해야 한다.
팀원이 전체 모여 월별 세미나를 통해 발표를 실시하면 더욱 바람직하다. 문제는 팀원이 자신의 목표를 수립한다. 3월이 넘었는데도 개인 목표 수립이 안된 회사가 많다.

과정관리는 다음 6가지를 고려하여 지속적 실행을 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첫째, 조직장은 팀원들과 목표에 대한 점검과 피드백의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공유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매주 특정 요일에 팀 발표회, 실적 및 계획 정리 양식 통일, 면담 원칙, 점검과 평가 방법 등이다. 사전에 팀원들과 충분히 협의하여 그라운드 룰을 만들고 전원이 내재화해야 한다.
둘째, 팀 세미나이다. 매월 특정 요일에 팀 세미나를 통해 각 팀원이 자신의 월별 업적, 역량, 잘한 점,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전원 발표가 끝난 후 소감 내지는 토의의 시간을 갖는다.
셋째, 개별 면담의 진행이다. 팀원들은 팀 세미나 이후 각자 팀장에게 개별 면담 일시를 통보한다. 중복 일시가 없도록 확정된 면담 일시는 전 팀원에게 공유한다. 개별 면담을 20분 이내 종료되며 업적, 역량, 잘한 점, 애로 및 건의사항만 이야기한다. 팀원은 면담에 들어가 최소 5분 이상 자신의 한 일을 강조한다. 5분 이내일 경우, 조직장은 5분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넷째, 조직장은 팀원들 면담이 끝난 다음, 팀 목표와 팀원과 자신의 실행 상황을 고려하여 월 업적과 역량 분석 보고서, 팀원별 업적과 역량 보고서를 작성해 기록관리해야 한다.
월별 실적과 계획은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상사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다섯째, 목표의 조정이다. 통상 월별 업적과 역량 목표는 3~5개월 정도 지나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 목표 달성 정도에 따른 새로운 과제의 지시, 상황에 맞지 않는 목표는 경영위원회 등을 통해 조치해야 한다. 목표의 조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당초 목표에 없던 수명 과제 등의 일을 한 경우이다. 월별 분석 보고서에는 반드시 수명하여 완료한 결과물을 기록해야 한다.
여섯째, 목표 달성에 따른 포상과 내부 컨설팅, 정도 경영, 평가자 교육 등을 통해 과정 관리를 이어나가야 한다.

실행이 없는 조직과 구성원은 망할 수밖에 없다. 1월 조직과 개인 목표설정에 역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발표, 점검, 피드백 면담을 통한 과정관리이다. 조직장은 좋은 이미지, 말을 통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보다는 조직과 구성원의 가치를 올려주는 사람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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