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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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겠지"
성당에도 각종 모임이 있습니다. 주일에 소속 없이 미사만 모시는 것이 가장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조직도 운영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체의 편안함과 행복을 위해 소수의 봉사와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의식을 중시하는 성당의 미사는 준비부터 끝까지 신부님 혼자 하시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성당 그 자체를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자들 자율 모임을 통해 함께 해야 합니다.
성당 모임 중 전례 해설과 성체 봉사자를 5년 이상 한 적이 있습니다. 두 봉사는 신자들 앞에서는 봉사이기에, 신자들이 전부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성당 주변에서는 마음과 언행, 몸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어느 날, 식당에서 신자를 만났습니다. 인사를 하니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신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을갖고 있는 것만 보이고 듣는가 봅니다.
A사장은 직원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매일 ‘직원과의 대화’라는 메일을 전 직원에게보냈습니다. 자신의 경영철학과 원칙, 대내외 환경 변화, 시장과 고객의 니즈, 의사결정 방법, 최근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을 주제로 했습니다. 주제에 대해 내용 정리, 시사점과 자신의 의견을 담고 ‘당신은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 하나를 꼭 포함했습니다.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A사장은 회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정리를 하고,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전송했습니다. 덧붙이는 글로 ‘이 사안은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이 많은데, 해결 방안이 있거나, 함께 고민할 임직원은 오후 5시 3회의실로 와서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남겼습니다. 4시반에 직접 회의실에 음료를 준비하며 직원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500명이 넘는 임직원 중 몇 명이 3회의실에 왔을까요?

리더의 착각
A회사의 경영 회의는 매주 월요일 8시에 실시되며, CEO 주관으로 전 임원이 참석합니다.
경영회의는 각 임원들의 전주 실적과 금주 계획 발표가 끝나면 CEO 강평이 이어지고, 별도 논의과제가 있으면 발표 부서의 설명 후 질의 응답과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리며 마무리됩니다. 매주 CEO는 자신의 생각이나 결정을 개별 임원에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전체에 영향을 주는 과제는 추진 조직을 정하지 않고 전체에게 강조합니다. 대부분 지적 사항이며 화가 난 듯 큰 소리로 말합니다. CEO는 자신의 지시가 끝나면 현업 부서에서 실행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 일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아 현업 담당자에게 불러 물어봤습니다. 구체적으로 부서와 마감 일시를 정해 지시를 내리면 많은 부분 과제가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전체에게 말하면 주관 부서가 따로 없고 지시 내용을 알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CEO 지시사항을 만들어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누가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 결정되지 않는다면, 임원들이 서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CEO는 자신이 한 지시 사항은 실행된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복수 조직 또는 2명에게 같은 일을 맡기고 별도 보고를 받아 비교하여 결정하는 CEO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 조직 모두 CEO지시 사항이기 때문에 열심히 과제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같은 일을 타 부서에서 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조직장과 담당자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CEO의 생각과 달리 보고서의 수준이나 내용, 마감 일시 등이 유사해질 것입니다. CEO가 하면 할수록 신뢰는 사라지고 조직과 구성원들은 적당주의가 만연할 것입니다. 위험 부담을 줄이고 보다 성과가 높은 안을 결정하겠다는 CEO의 생각은 갈수록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임원과 관리자를 믿고 맡기는 CEO가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오너의 경우, 전문 경영자를 선임하고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이사회 의장 또는 명예 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바른 인성, 높은 전문성,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를 이끄는 리더십과 소통 역량이 뛰어나 지속 성장을 이끌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자기 마음에 꼭 부합하는 전문 경영인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많은 오너 경영자는 외부에서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명 인사를 영입합니다.
저명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뒤에서 자신이 지원하면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하게 하고, 높은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영입한 CEO에 비해 역량이 떨어지는 내부 임원과 팀장들이 CEO와 함께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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